고준희양 친부-동거녀 “아이 때린적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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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학대-사망 연관성 조사… “사망전날 멀쩡” 목격자 진술
친부 휴대전화엔 딸 사진 전무

전북 군산의 야산에서 주검으로 발견된 고준희 양(당시 5세)이 숨지기 직전인 지난해 4월경 아버지 고모 씨(37·구속)와 동거녀 이모 씨(36·구속)로부터 폭행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1차 부검 결과를 토대로 몸 뒤쪽 갈비뼈 3개 골절이 폭행에 의한 것인지 집중 조사하고 있다.

1일 전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고 씨는 경찰 조사에서 “손과 발로 준희를 때려 다치게 했다. 이때 동거녀 이 씨도 같이 있었다”고 진술했다. 이 씨도 이날 “준희가 밥을 잘 먹지 않아 때린 적이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 씨가 친모(37)로부터 준희 양을 맡은 지난해 1월 말 이후부터 여러 차례 폭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고 씨가 진술한 “준희가 발이 접질려 피고름이 나오고 종아리가 심하게 부었다”는 증상도 이들이 지속적으로 폭행한 데 따른 것인지 확인 중이다.

경찰은 “숨지기 직전인 지난해 4월 25일 준희가 멀쩡하게 전북 전주시 덕진구 인후동 이 씨의 어머니 김모 씨 집으로 들어가는 것을 봤다”는 목격자 진술을 최면조사를 통해 확보했다. 경찰은 이들 내용을 토대로 건강하던 준희 양이 지난해 4월 26일 갑자기 숨진 것이 이들의 폭행과 관련된 것으로 보고 조사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준희 양이 숨지자 시신을 어떻게 처리할지 논의했다. 그러다 선천성 갑상샘 기능 저하증을 앓던 준희 양에게 치료를 받게 하지 않고 방치한 사실이 드러날까 두려워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고 씨는 아버지 역할도 소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가 친모와 준희 양 담당 주치의 등에게 확인한 결과 준희 양은 24주 1일 만에 체중 640g으로 태어난 미숙아였다. 신체 발달이 늦은 데다 갑상샘 기능 저하증을 앓았지만 고 씨는 준희 양을 맡은 뒤는 물론이고 맡기 전에도 제대로 돌보지 않았다. 준희 양의 주치의는 “석 달에 한 번 갑상샘 약을 타러 병원에 와야 하는데 아버지를 본 적이 없다. 늘 친모만 왔다”고 말했다.

경찰은 준희 양이 동거녀 이 씨 아들한테도 폭행당하지 않았는지 수사하고 있다. 주변 사람들은 경찰 조사에서 이 씨 아들이 준희 양을 자주 때렸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압수수색한 고 씨의 휴대전화에는 준희 양 사진이 한 장도 없었다. 동거녀 아들 사진뿐이었다”고 말했다.

전주=김단비 kubee08@donga.com·신규진 기자
#고준희#아동학대#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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