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이진영]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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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영 채널A 심의실장
이진영 채널A 심의실장
“아이들이 생기니 밖에서 뺨 한 대 맞는 것쯤은 이제 괜찮아요.”

채널A 육아 프로그램 ‘아빠본색’(수요일 오후 9시 30분)에 새로 합류한 가수 박지헌 씨(40)는 12세 아들부터 두 돌 안 된 딸까지 3남 2녀를 키우는 다둥이 아빠다. 곧 막내딸이 태어나면 6남매가 된다. 진행자가 “(아이가 많은데) 돈벌이는 괜찮은 거냐”고 묻자 “무대를 가리지 않는다”며 비유적으로 뺨 맞는 얘기를 한 것이다.

신혼부부 10쌍 중 4쌍이 아이를 낳지 않는다. 나라 밖으로도 주요 7개국(G7) 정상들 중 4명이 무자식이다(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뺨 맞는 고단함을 감수하며 다둥이를 키우는 그에게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추석에 전화를 걸어 “저출산 시대에 모범 가정이 돼 달라”고 당부했다. 조산기가 있는 아내의 입원 후 ‘독박 육아’ 중인 그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도와주는 사람이 없나요.

“저 혼자선 도저히 감당이 안 돼 어머니가 오셨어요. 도우미는 쓰지 않아요. 셋째 낳고 3개월간 아주머니 도움을 받은 적이 있어요. 몸은 편했는데 육아에 소홀해지고 아이들은 자기 방 청소하는 걸 제 일이 아니라고 여기게 되더군요. 이건 아니지 싶어 그 후론 도우미 없이 살아요.”

―요즘은 하나 키우기도 힘든 세상이죠.

“아이가 한둘일 때 힘들지, 많으면 오히려 덜 힘들어요. 우린 셋째 낳고 가장 힘들었어요. 넷째(큰딸) 때부터 달라졌죠. 삶의 판이 교체되는 느낌이랄까. 예전엔 아이를 30분만 돌봐도 피곤했는데 지금은 일주일 내내 아이들과 붙어 지내도 재미있어요. 제가 아이들과 잘 지내니 아내도 좋아하고, 아내와 제가 사이가 좋으니 그걸 보는 아이들도 안정감을 느끼죠.”

―그래도 아이 여섯은 좀….

“다둥이 키우기란 아주 큰 레고를 조립하는 것과 비슷해요. 전체 그림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스케일이 큰 레고 조립은 처음엔 엄두가 안 나지만 만들다 보면 조그만 레고 조립과는 차원이 다른 기막힌 재미가 있어요.”

―방송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숨만 쉬고 사는 데도 월 800만 원이 든다’고 하셨죠.

“계산해 보니 월 300만∼400만 원으로도 살 수 있겠더라고요. 지금보다 돈을 못 벌어서 못 입고 못 먹고 해외여행을 못 가도 아이들은 포기할 수 없어요. 사람을, 생명을 사랑하는 행위, 이게 본질이고 이게 더 많이 누리는 삶이니까요.”

―남자들이 육아를 힘들어하는 이유는 사회적인 성취감을 느낄 수 없어서라고 합니다.

“보컬그룹 V.O.S 멤버로 29세부터 31세까지 최고의 인기를 누렸어요. 제가 최고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행복하지 않았어요. 이렇게 명확한 행복을 느낀 건 5년 전 육아에 참여하기 시작하면서예요.”

―유안진 시인은 ‘자식이 부모를 키워주지, 평생이 걸리지만 부모 되게 해주지’라고 썼습니다.

“맞아요. 아이를 키우면서 삶에서 뭐가 중요한지 보이기 시작했어요. 공부한다고 보이는 게 아니죠.”

―육아가 끝나면 대학 입시와 취업 같은 더 힘든 고비가 찾아옵니다. 그래서 더더욱 아이 낳을 엄두를 못 냅니다. 아이들이 어떤 사람으로 자라길 원하나요.

“꼭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직업을 가져야 행복한 걸까요. 저는 아이들이 자기가 사는 시대를 사랑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사람이 성공하려고 태어나는 건 아니잖아요.”

이진영 채널A 심의실장 ecolee@donga.com
#아빠본색#박지헌#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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