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과 유류 밀무역 없다” 펄쩍 뛰지만… 두번째 배도 ‘중국 흔적’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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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마 선박도 평택항 억류

평택항의 코티호 북한과 연계된 것으로 의심돼 우리 정부가 평택항에 억류 중인 파나마 선적의 5100t급 유류운반선 코티호. 채널A 캡처
평택항의 코티호 북한과 연계된 것으로 의심돼 우리 정부가 평택항에 억류 중인 파나마 선적의 5100t급 유류운반선 코티호. 채널A 캡처
전남 여수항에 억류된 홍콩 선적 ‘라이트하우스 윈모어’호와 경기 평택·당진항에 억류돼 조사받는 파나마 선적 ‘코티’호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중국’이다. 중국 광저우에 관리회사가 등록된 윈모어호는 동중국해 공해상에서 북한 선박 ‘삼정 2호’에 약 600t의 정유제품을 환적한 정황이 포착됐다. 역시 우리 정부로부터 ‘유류 불법 판매’ 의혹을 받고 있는 코티호는 중국 다롄항에서 출발해 서해를 거쳐 왔다. 중국은 “북-중 간 해상 유류 밀교역은 사실무근”이라며 펄쩍 뛰고 있지만 혐의들이 확실해지면 ‘유엔 대북 제재의 구멍’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중국 관영 환추(環球)시보는 지난해 12월 31일 “라이트하우스 윈모어호는 대만 기업이 임차한 선박으로 알려졌다”고 주장했다. 대만 기업이 해당 선박을 임차했을 경우 “중국의 개입은 일절 없었다”는 중국 외교부 해명에 힘이 실리게 되는 점을 노린 것. 환추시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현행범으로 딱 걸렸다. 중국에 매우 실망했다’고 비난한 것에 대해 “사실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마치 사실인 것처럼 결론을 내리고 감정적으로 평론하는 행위는 사람들이 기대하는 미 대통령의 모습이 아니다”라며 역공을 폈다.

불똥이 대만으로 튀자 이번엔 대만 정부가 부랴부랴 조사에 나섰다. 대만 교통부는 윈모어호가 대만 소재 기업인 빌리언스벙커 그룹이 임차해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이 그룹은 마셜 제도에 등록돼 있다”며 연계성을 부인했다. 마셜 제도는 대만의 우방이며 1998년 수교 이래 다수의 대만 기업이 자산을 예치하고 투자해온 곳이다.

유엔 안보리가 지난해 12월 28일 발표한 불법 활동 선박 블랙리스트에서 당초 미국이 요청한 ‘불량 선박’들이 중국의 반대로 제외된 사실도 드러났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해 12월 29일(현지 시간) 미국이 당초 요청한 10개 불량 선박 가운데 윈모어와 삼정2, 카이샹, 신성하이, 위위안, 글로리 호프1 등 총 6척은 중국이 동의하지 않아 제외됐다고 보도했다. 우리 정부가 억류하고 있는 윈모어호와 이 배에 유류를 공급받은 삼정2호가 포함되지 않자 “결국 ‘알맹이’는 빠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러시아도 대북 유류 밀매의 ‘공범자’로 의심을 받게 됐다. 지난해 9월 북한 선박과 선박 간 물품 이전을 금지한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2375호가 통과된 후에도 러시아 선박들도 동해상에서 최소 3차례 몰래 북한에 석유 공급을 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해 12월 29일(현지 시간) 두 명의 서유럽 고위 안보 당국자를 인용해 “10월과 11월 러시아 국적의 대형 선박이 공해상에서 북한 선박에 석유나 정유제품을 최소 3차례 공급했다”고 보도했다. 두 당국자는 해군 정보와 러시아 극동 항구 일대에서 운항하는 선박을 포착한 위성 이미지를 인용해 이 같은 사실을 파악했다고 전했다.

러시아 국적의 대형 선박 ‘비티아즈’호는 지난해 10월 15일 블라디보스토크 인근 슬라뱐카 항구에서 약 1600t의 석유를 싣고 출항한 직후 무전기를 꺼버리고 북한 대형 선박 ‘삼마 2호’와 공해상에서 접촉해 석유를 넘겨줬다. 같은 해 10월 중순과 11월 각각 슬라뱐카와 나홋카 항구를 떠난 다른 두 러시아 선박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포착됐다고 전했다.

해당 보도에 러시아 외교부는 지난해 12월 30일 “러시아는 대북 제재를 전적으로 준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자국 유조선이 북한에 석유를 공급했다는 보도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았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주성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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