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신춘문예 2018/희곡]친절한 에이미 선생님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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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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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선소감 - 이수진 씨

하품만 늘던 삶에 새로운 원동력 찾았습니다


이수진 씨
이수진 씨
“무언가 되려 했으나 끝내 되지 못했다”는 안톤 체호프의 ‘갈매기’ 속 쏘린의 한탄처럼, ‘미생(未生)인 채로 삶이 끝나면 어떻게 하나’ 하는 막연한 두려움의 끝에 당선 전화를 받았습니다. 삶이 니나의 재기발랄함보다는 쏘린의 하품을 더 닮아간다는 생각이 들 때였습니다.

아직도 당선 소식을 보이스피싱 전화가 아니냐며 어리둥절할 만큼 부족한 저에게 좋은 평가를 해주신 심사위원님들 감사합니다.

김석만 선생님, 이상우 선생님, 박근형 선생님 고맙습니다. 졸업한 지 몇 년이 지나서야 그때는 이해가 가지 않았던 선생님들의 조언이 되살아나 한밤중의 등불처럼 한 발 한 발 앞을 비춰주는 좋은 길잡이가 되었습니다.

음악극 ‘러브(LOVE)’를 함께했던 ‘모멘텀 프로젝트’팀 덕분에 나른한 삶에서 탈출해서 신춘문예 접수 마지막 날 원고를 넣을 수 있었습니다. 전환과 도약, 추진력을 뜻하는 ‘모멘텀’이라는 단어처럼 팀원들 모두 좋은 기운을 받아 원하는 바를 이루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삶은 ‘갈매기’의 4막처럼 여전히 춥고 나른하겠지만, 그래도 노력하겠습니다. 좋은 기회를 주신 선생님들, 그리고 동아일보사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어리지 않은 딸을 여전히 어린아이처럼 살뜰히 돌봐주시는 어머니, 고맙습니다.

△1978년 대구 출생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출과


● 심사평

변화된 사회현상 집약적으로 드러낸 수작

김철리 씨(왼쪽)와 장우재 씨.
김철리 씨(왼쪽)와 장우재 씨.
젠트리피케이션, 사이비 종교집단, 남자 임신 등 소재가 다양해졌다. 로봇, 대리기사, 고양이도 등장했다. 멈춰버린 지하철, 개 경매장, 수중도시도 나왔다. 이런 변화를 환영한다. 그 다음은 말하려는 바를 알고 썼는지 묻게 된다. 경험을 포함해 ‘그것’을 껴안고 뒹굴며 사유를 전진시켰는지, 자신만의 시각으로 새롭게 발견한 현실이 있는가. 발로 뛰어다니며 썼으되 핵심을 짚은 작품, 자기객관화가 되어 있는 작품을 기다렸다. 그러나 다양한 소재에 비해 압도적인 새로운 발견은 없었다.

‘친절한 에이미 선생님의 하루’는 고등학교의 학년 교무실을 배경으로 각각 50대, 30대, 20대인 여교사를 등장시켜 변화된 교육 환경을 경험해 본 것처럼 써나갔다. 다만 후반부가 약했다. 그럼에도 ‘친절한 에이미 선생님의 하루’를 당선작으로 결정한 건 새로운 소재가 결코 멀리 있지 않음을 보여줬고, 문제적 인물이라 할 만한 ‘에이미 선생’에 대한 작가의 관심이 변화된 사회 현상을 집약적으로 드러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철리 연출가·장우재 극작가 겸 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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