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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으뜸의 트렌드 읽기]‘온정의 손길’이 되살아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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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으뜸의 트렌드 읽기]‘온정의 손길’이 되살아나려면

박은선기자 입력 2017-12-29 03:00수정 2017-12-2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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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으뜸 마크로밀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과장
유난히 기승을 부리는 강추위 속에 기부 문화에도 한파가 몰아닥쳤다. 매년 세밑을 훈훈하게 데우던 기부 관련 소식은 잘 들리지 않는다. 매서운 추위가 가난하고, 어려운 이웃에게 더욱 혹독하게 느껴진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올겨울의 풍경은 자못 안타깝게만 느껴진다.

이는 기부 활동에 대한 불신이 커진 것과 깊은 관련이 있어 보인다. ‘새희망씨앗 사건’과 ‘이영학 사건’ 등 기부금 유용 및 횡령 등의 범죄가 잇달아 불거지면서 회의적인 태도가 강해진 것이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조사 결과, 성인 남녀 10명 중 8명(81.7%)은 이영학 사건과 같은 기부금 관련 범죄가 매우 많을 것 같다는 데 공감하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기부금 사용처에 대한 의구심이 적지 않았던 상황에서 터져 나온 이와 같은 기부금 범죄는 국내 기부 문화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었다. 대부분 이번 이슈로 인해 기부자가 감소할 우려가 있고(85.9%), 선량하고 정당한 기부에도 피해가 갈 것이라고(92.1%) 바라봤으며, 지금까지 해온 기부를 주저하게 될 것 같다는 응답자도 72.1%에 달했다.

어려운 이웃을 돕겠다는 선의를 가지고 기부를 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자신이 낸 기부금이 제대로 잘 사용되는지에 대한 강한 불신을 갖게 된 것이다. 그동안에는 주로 기부를 받는 기관의 불투명한 구조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았다면, 이번 사건들을 계기로 기부 수혜자에 대한 의심까지 커져버린 셈이다. 앞으로는 개인이 직접적으로 기부금을 받는 일을 법적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65.9%)에도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기부금의 사용 명세가 공개적으로 발표돼야 한다는 의견(2015년 59.0%→2017년 86.9%)도 예전에 비해 훨씬 많아졌다. 내가 낸 기부금이 실제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그 사용 명세를 알 권리가 있다는 인식(82.7%)이 매우 뚜렷해진 것이다.

다만 일부 사람들에 대한 분노로 촉발된 기부 문화의 침체 현상이 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향후 국내 기부 문화의 변화와 관련하여, 지금보다 위축될 것이라는 의견(16%)보다는 좀 더 활성화될 것이라는 의견(33.7%)이 우세한 것이 이런 예상을 뒷받침한다. 개별 소비자의 기부 의향도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10명 중 7명(67.4%)이 향후 기부 활동의 의향을 밝혔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계기에 기부 문화를 점검해보고, 활성화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기부금 사용 명세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체계적으로 기부금을 운영 및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 기부 활동을 개인의 선의에만 의지하지 않고, 정책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물론 기부자 스스로도 자신이 낸 기부금에 좀 더 관심을 갖고, 정말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지를 지켜봐야만 한다. 어려운 이웃을 돕겠다는 선한 마음이 이웃에게 온전히 닿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만, 우리의 기부 문화도 한층 성숙해질 수 있다.

송으뜸 마크로밀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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