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저출산 대책, ‘아이는 나라가 키운다’는 발상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2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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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서 “이제는 생산가능인구가 줄고 경제가 어렵다는 차원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근간이 흔들리는 심각한 인구위기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과거의 저출산 대책이 실패한 데다 9년 뒤면 초고령사회로 접어드는 만큼 인구위기 상황을 해결할 마지막 골든타임이 바로 지금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저출산위는 만 8세 이하 자녀를 둔 직장인 부모의 근무시간을 의무적으로 1시간 줄이고 만 2세 이하 자녀를 둔 남성이 연간 총 30일의 육아휴가를 쓸 수 있게 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저출산대책이 출산율 제고라는 수치 중심에서 ‘독박 육아’ 부담을 떠안아 온 여성의 삶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선회하는 것이다.

정부는 2005년부터 저출산 고령화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시작했지만 12년이 지난 현재 출산 성적표는 세계 225개국 중 219위다. 한국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 수인 합계 출산율은 지난해 1.17명으로 이미 세계 최저 수준이었지만 올해는 1.06∼1.07명으로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3차례에 걸친 저출산 기본계획으로 200조 원에 이르는 예산을 쏟아붓고도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은 정책이 백화점 식이었던 데다 실행 의지도 부족했기 때문이다. “결혼 출산 육아가 여성들의 삶과 일을 억압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는 문 대통령의 발언은 양육비용을 대주는 방식에서 벗어나 일과 삶이 균형을 이루도록 대책을 재설계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이런 인식의 전환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지난 정부 대책에도 육아휴직 활성화와 보육서비스 확대, 육아휴직제도 사각지대 해소를 통한 일-가정 양립 정책이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직장 여성이 육아를 이유로 휴가를 낼 때 윗사람의 눈치를 봐야 하는 기업 문화에서는 ‘정부 정책 따로, 현장 따로’일 수밖에 없다. 현장의 고충을 모르는 공무원들이 책상머리에서 재탕 대책을 포장만 바꿔 내놓는다면 또다시 시간과 재정을 낭비하는 실수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여성의 ‘독박 육아’를 막으려면 기업의 책임자들이 내 딸과 며느리를 보는 시각에서 이 문제를 바라보도록 문화를 바꿔 가야 한다. 정부는 육아를 지원한다는 차원이 아니라 ‘아이는 나라가 키운다’는 발상의 전환을 토대로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일본도 1989년 합계 출산율 1.57명의 쇼크를 겪은 뒤 에인절플랜, 플러스원 대책 등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정책을 쏟아낸 데 이어 이제는 생산가능인구 1억 명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1억 명 총활약 플랜’으로 위기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 한국은 현재 3700만 명 선인 생산가능인구를 대폭 끌어올리는 ‘4000만 총활약 플랜’이라도 내놓아야 할 판이다.
#여성의 독박 육아#아이는 나라가 키운다#육아휴직제도 사각지대 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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