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선 천 “세 살에 시작한 피겨, 어디까지 점프할지 궁금”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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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들에게 꿈을 묻다]<3> 남자 싱글 미국 네이선 천

사상 최고의 운동능력을 지닌 ‘점프 천재’인가. 예술성을 결여한 ‘점프 기계’인가.

논란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운동능력과 예술성을 결합해 올림픽 금메달을 노린다.

고난을 헤쳐 온 이민자 부모를 향한 심경은 도약하는 점프에 힘을 주는 원동력이자 그의 연기에 감성을 실어줄 원천이기도 하다.

올 시즌 피겨 최강자들끼리 모여 겨룬 2017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그랑프리 파이널(7∼10일) 남자 싱글 우승을 차지한 미국 피겨 스타 네이선 천(18·세계 5위). 그는 최고 난도의 4회전 점프를 앞세워 올림픽 정상을 향해 돌진하고 있다.

천은 올해 1월 미국 선수권에서 세계 최초로 4회전 점프를 5회(프리스케이팅) 성공시켰다. 기세를 몰아 2월 한국 강릉에서 열린 4대륙 선수권대회에서도 프리스케이팅에서만 5번의 4회전 점프를 앞세워 세계랭킹 1위인 일본의 하뉴 유즈루(23)를 물리치고 우승했다. 미국의 과학 전문 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에 따르면 피겨 선수들의 체공 시간은 최대 0.7초 정도다. 이 짧은 시간 동안 네 바퀴를 돌기 위해 피겨 선수들은 도약력과 회전력을 높이는 훈련에 집중한다. 회전수를 높이기 위해서는 엄청난 체력이 필요하다. 몸에 무리가 가기 때문에 그만큼 부상 위험도 높다. 젊은 천은 다른 선수들이 시도하지 못하는 과감한 점프로 빙판을 점령할 태세다.

“하뉴가 경기장에 없으니 허전했다.”

그랑프리 파이널 남자 싱글 우승을 차지한 뒤 천은 “하뉴 나오라!”는 식으로 큰소리를 쳤다. 이번 대회에 하뉴가 부상으로 불참했기 때문이다.

10일 대회가 열린 일본 나고야에서 만난 천은 “나는 강한 상대들과의 경쟁을 통해 성장한다”면서 “2018 평창 겨울올림픽에서는 하뉴 등 각국 최고 선수들이 최상의 컨디션으로 참가했으면 좋겠다. 그들과 당당히 맞서고 싶다”고 말했다.

오른쪽 발목 인대를 다친 하뉴는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천은 올림픽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정상에 오른 경험이 있다. 경기장 환경과 친절한 사람들…. 모든 것이 완벽했던 한국에서 반드시 챔피언이 되고 싶다.”

4회전 점프는 다른 기술보다 고득점에 유리하다. 그는 그랑프리 파이널에서도 기본 점수가 13.6점에 이르는 4회전 러츠와 플립(12.3점), 토루프(10.3점)를 시도했다. 천은 “실패에 대한 우려 속에서도 4회전 점프를 성공시켰을 때는 큰 희열을 느낀다. 4회전 점프는 내가 경쟁자들을 물리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고 말했다. 4대륙 선수권 당시 천은 쇼트프로그램(2회)과 프리스케이팅(5회)을 합쳐 모두 7회의 4회전 점프를 뛰어 하뉴(4회전 점프 5번)보다 고득점에 성공했다.

미국 피겨 스타 네이선 천은 장기인 쿼드러플(4회전)점프를 앞세워 2018 평창 겨울올림픽 피겨 남자 싱글 금메달을 노리고 있다.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천은 평창 올림픽 마스코트인 ‘수호랑’과 패럴림픽 마스코트 ‘반다비’ 인형을 들고 올림픽에 대한 각오를 밝혔다. 그는 “2월 강릉에서 열린 4대륙 선수권에서 우승을 차지한 좋은 기억이 있다. 올림픽에서도 반
드시 정상에 서고 싶다”고 말했다. 나고야=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미국 피겨 스타 네이선 천은 장기인 쿼드러플(4회전)점프를 앞세워 2018 평창 겨울올림픽 피겨 남자 싱글 금메달을 노리고 있다.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천은 평창 올림픽 마스코트인 ‘수호랑’과 패럴림픽 마스코트 ‘반다비’ 인형을 들고 올림픽에 대한 각오를 밝혔다. 그는 “2월 강릉에서 열린 4대륙 선수권에서 우승을 차지한 좋은 기억이 있다. 올림픽에서도 반 드시 정상에 서고 싶다”고 말했다. 나고야=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일각에서는 천이 예술성을 포기하고 점프에만 치중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에 대해 천은 “만약 예술가적 기교만 보고 싶다면 아이스댄싱을 보면 될 것이다. 점프는 피겨의 운동적 측면을 보여주는 중요한 요소다”고 강조했다. 그는 “더 많은 4회전 점프를 성공시키기 위해 항상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있다. 세 살 때 피겨를 시작한 내가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을지 나 스스로도 궁금하다”며 웃었다.

대회 내내 천은 점프의 비밀을 알려달라는 질문 공세에 시달렸다. 주니어 남자 싱글 우승을 차지한 알렉세이 크라스노존(17·미국)은 숙소로 향하는 버스에서 천에게 “점프 비결이 뭐냐”고 물었다. 천은 “끊임없는 연습과 감각 익히기”라고 답했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천은 일주일에 24시간 이상 점프 등 아이스 훈련에 집중한다. 아이스 훈련이 끝나면 웨이트트레이닝장으로 향해 근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

천이 점프 기술 개발에 집중한다고 해서 곡 해석 능력 등 예술성 개발을 등한시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예술점수(PCS) 향상을 위해 스케이팅 스킬과 표현력이 뛰어난 대선배 패트릭 챈(27·캐나다)과 합동훈련을 하기도 했다. 미국 대표팀 관계자는 “천은 아직도 10대다. 점프에 있어서 최고 수준에 이른 그가 표현력을 키워 지금의 하뉴와 같은 나이가 됐을 때를 상상해보라. 그는 완성형 피겨 선수로 거듭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천은 어린 시절 발레와 체조를 했고, 피아노도 배웠다. 아티스트로 성장할 수 있는 요소를 풍부하게 가진 선수다”고 덧붙였다.

천이 올림픽 금메달 획득을 위해 주의해야 할 사항 중 하나는 4회전 점프 연습 등에 따른 부상을 막는 것이다. 그는 2016년 1월 갈라쇼 도중 부상을 당해 6개월가량 목발 신세를 졌다. 당시 그는 점프 후 착지를 하는 과정에서 골반을 다쳤다. 부상과의 싸움을 벌이고 있는 천은 전문적인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장차 의대에 진학하겠다는 꿈도 가지고 있다. 그는 “언제나 부상에 대한 염려 속에 살다 보니 의학에 관심이 많아졌다. 2018년이 지나면 (의과) 대학에 다니고 싶다”고 말했다.

자신의 장기를 발휘할 수 있는 프리스케이팅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도 천의 숙제다. 쇼트프로그램(2분 40초)보다 연기 시간이 긴 프리스케이팅(4분 30초)에서 천은 5번의 4회전 점프를 시도한다. 그는 “프리스케이팅은 애착이 가는 곡을 사용하기 때문에 더 잘하고 싶다”고 말했다. 중국인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프리스케이팅 음악으로 ‘마오의 라스트 댄서’를 사용한다. 이 음악은 중국에서 미국으로 건너가 휴스턴 발레단에서 세계적 발레리노로 거듭난 리춘신의 자서전을 원작으로 한 영화에 사용됐다. 천은 “우리 부모님도 20대에 미국 솔트레이크시티로 이민을 왔다. 그들은 이민 초기 가난에 시달렸지만 나를 포함해 5남매에게 행복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 부모님을 생각하며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을 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천의 아버지는 미국에서 의학 연구원으로, 어머니는 병원 통역사로 일하고 있다.

천은 “최근 리춘신을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면서 영감을 얻었다. 그에 관한 책과 영화 등을 모조리 찾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천은 그랑프리 파이널 프리스케이팅에서는 다소 부진한 모습이었다. 3개의 4회전 점프에서 감점을 당한 그는 프리스케이팅 183.19점으로 자신의 ISU 공인 최고 점수(204.34점)에 미치지 못했다. 천은 “평창 올림픽에서는 이번 대회에서 발견한 문제점을 보완해 성공적인 프리스케이팅 연기를 펼치겠다”고 말했다.
  
▼ 네이선 천은… ▼

△국적:
미국
△생년월일: 1999년 5월 5일
△가족 관계: 중국 이민자 가정 출신. 5남매 중 막내
△중국 이름: 천웨이(일부 중국어를 듣고 이해는 하지만 말은 못 함)
△보물 1호: 스마트폰과 기타
△가장 어려운 것: 언론 인터뷰
△가장 두려운 것: 얼음 위에서는 실수. 얼음 밖에서는 거미
△좋아하는 스포츠: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포뮬러원(F1)
△취미: 여행과 여행지 해변 산책(강릉 해변 산책도 기대 중)
△징크스: 빙판에 들어설 때 오른발부터 얼음을 밟아야 경기가 잘 풀림
△주요 수상 기록
―2017 ISU 그랑프리 파이널 우승
―2017 ISU 그랑프리 시리즈 로스텔레콤컵 우승
―2017 4대륙 선수권 우승
  
나고야=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네이선 천#남자 싱글 미국 네이선 천#점프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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