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전자 게임의 역사 30여년, 게이머의 층이 갈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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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12월 18일 15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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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 사람들의 놀이로 안착한지도 어언 30여 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다. 과거 퐁같은 TV 연결 게임기를 지나 패미콤, 재믹스같은 콘솔게임기부터 XT, AT같은 IBM PC 시절, PC 온라인 게임, 스마트폰 게임 시대까지 넘어오면서 국내 시장도 상당한 성숙도를 가진 시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PC 온라인 게임의 종주국으로 세계 최고의 게임 개발국 위치를 차지했었고 현재 스마트폰 게임시장 또한 세계 4대 시장이라고 불리울 정도로 커졌다. PS4와 XBOXONE 등 콘솔게임기쪽도 상황이 좋아지고 있고 10대부터 50대까지 게임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게임은 사랑을 받는 놀이 콘텐츠로 안착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렇게 게임의 역사가 길어지는 가운데, 세대간의 취향도 뚜렷하게 갈리는 모습이다. 가요로 따지자면 젊은 층이 주로 힙합을, 노인층이 주로 트로트를, 30~40대 층이 주로 발라드를 좋아하는 것처럼 게임 분야 또한 점점 계층 간의 뚜렷한 선호도가 나뉘어지고 이를 통한 의견 대립도 나타나는 것이다.

스마트폰 게임 시대 / 게임동아
스마트폰 게임 시대 / 게임동아

일례로 현재의 젊은 게이머 층은 '리니지' 등의 자동전투 RPG를 즐기는 30~40대 층 게이머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리니지'가 가진 게임성이나 우수성에 대해서 파악하기 보다는 일단 '리니지'라고 하면 평가절하하기 바쁘다. '죄다 도박게임', '다 한심한 사람들' 같은 식의 자극적인 단어를 사용해가면서, 자신들이 즐겨하는 게임들이야 말로 최고의 콘텐츠이며 진정한 게임이라는 듯 격정적인 토로를 이어간다.

반대로 나이든 40대 이상의 게이머 층은 이들 젊은 세대가 좋아하는 콘솔 게임이라든지 PC방에서 주로 즐기는 실시간 협력/대립 게임들, 예를 들어 '리그오브레전드'나 '배틀그라운드' 등에 관심은 있으면서도 여전히 자동사냥이 주가 되는 모바일RPG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다.

장년층이 이들 게임을 즐기지 못하는 주된 이유는 그런 류의 실시간 협력 게임을 즐길 시간이 많지 않고, 또 오랜시간 집중해서 게임을 하는 것도 피곤하기 때문이다. 바쁜 일정 내에서 자동으로 걸어놓을 수 있는 자동사냥 게임 외에 이들에게 주어진 해답은 많지 않다.

젊은 층들이 '리니지'에 몇 천만 원씩 사용하는 BJ 등을 예로 들며 대표적인 '도박'이라 폄훼해도 이들은 지긋이 웃을 뿐이다. 오히려 '그런 이는 극히 일부이고 대부분은 한 달에 10~20만 원 정도를 써서 건전하고 재미있게 즐기고 있다'며 과도하게 일반화하지 말라고 지적한다. 오히려 '즐겨보지도 않고 무조건 부정하는 것이 능사인가' 라며 젊은 세대에 대해 즐겨보라고 권할 정도다.

젊은 층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배틀그라운드 / 블루홀 제공
젊은 층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배틀그라운드 / 블루홀 제공

계층이 나눠지는 것에 대한 재미난 현상이 있다. 젊은 층 게이머들은, 대한민국게임대상에 '리니지' 같은 자동전투 RPG가 대상을 받는 것에 대해 극히 부정적인 시선을 보낸다. '배틀그라운드' 같은, 자신들이 주로 즐기는 게임이 대상감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반대로 스마트폰 이나 PC 게임을 거의 즐기지 않는 콘솔 게이머들은 자신들이야말로 고고한 진짜 게이머들이라며 오히려 '배틀그라운드'를 공격한다. 최적화도 되지 않고 콘텐츠 양도 적은데다 핵이 넘쳐흐르는 등 절대 우수한 게임이 아니라며 심지어는 '배틀그라운드'가 해외 우수 게임상인 '고티'에서 상을 받을만하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여기에 최근 이슈가 되는 '미소녀' 게임들을 즐기는 게이머들은 또 그들만의 세계를 크게 형성하고 있다. 이들은 평소에는 얌전히 있다가 누군가가 '미소녀'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말을 더하면 무조건적인 반발을 보인다.

또 카카오 게임하기 시절에 유입되어, '애니팡' 시리즈만을 고집하며 즐기는 주부 집단도 있으며 아예 '맞고' 같은 겜블 게임만 즐기는 이들도 있다. 이들은 그야말로 게임업계에 어떤 일이 있든 간에 집안에서 열심히 해당 게임만 몇 년째 즐긴다.

주부층에게 부동의 인기를 얻고 있는 애니팡2와 3 / 선데이토즈 제공
주부층에게 부동의 인기를 얻고 있는 애니팡2와 3 / 선데이토즈 제공

이처럼 계층이 나뉘어지는 분화 현상은 콘텐츠 사업이 성숙할수록 보여지는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 가요며 영화며 TV프로그램까지, 문화 콘테츠 분야는 성숙하면서 늘 그런 분화의 길을 걸어왔다.

특히 게임업계를 보면, 길게는 20년 가까이 서비스가 이어지고 있는 PC 온라인 게임업계를 겪은 장년층 세대와 스마트폰 이후 격하게 바뀐 게임업계에 새로 유입된 젊은 층의 마인드가 같을 수는 없다. 하물며 콘솔 게임쪽에만 머물렀던 일부 층에 주부층까지 포함하면 의견 통합은 있을 수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그런 게이머들, 특히 계층 간의 이해가 없이 갈등이 야기되고 있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입을 모은다. 게임의 범위가 광범위해진 상황에서는 다양성을 인정하고 서로 이해를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요컨데, '내가 즐기는 게임이 최고이며, 내가 즐기는 방식만이 정석이다'라는 주장은 이제 힘을 잃었다는 것이다.

사실상 게임은 한국의 대표적인 놀이 문화로 발돋움 했고, 이제 게임을 생활에서 없앨 수 없는 단계까지 왔다. 나아가 이제는 손자와 할아버지가 게임을 함께 즐기는 시대가 오고 있다.

그런 즈음에 사람들마다의 게임을 바라보는 시선은 다를 수 있지만, 그 시선이 세대 갈등의 또 다른 축이 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여러 세대가 게임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소통의 창구로 잘 활용한다면 게임은 우리의 삶을 조금 더 부드러워지고 윤택해질 수 있게 할 것이며 세대 간의 간극을 이어주는 좋은 문화 콘텐츠가 될 수 있다.

동아닷컴 게임전문 조학동 기자 igela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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