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탕찌개 같은 음악, 의외로 흥겹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15일 03시 00분


코멘트

서아프리카+한국 3인조 ‘앗싸’… 밴드이름처럼 흥미로운 데뷔앨범

이색 밴드 ‘앗싸(AASSA·아프로 아시안 싸운드 액트)’의 멤버들이 전기기타, 아프리카 악기인 고니와 칼레바스를 늘어놓고 앉거나 섰다. 왼쪽부터 성기완(기타 보컬), 한여름(보컬), 아미두 디아바테(칼레바스 발라폰 고니). 칠리뮤직 제공
이색 밴드 ‘앗싸(AASSA·아프로 아시안 싸운드 액트)’의 멤버들이 전기기타, 아프리카 악기인 고니와 칼레바스를 늘어놓고 앉거나 섰다. 왼쪽부터 성기완(기타 보컬), 한여름(보컬), 아미두 디아바테(칼레바스 발라폰 고니). 칠리뮤직 제공
밴드 이름 ‘앗싸’, 앨범명은 ‘트레봉봉’.

서아프리카의 작은 나라 부르키나파소의 전통 음악가, 한국의 시인 겸 기타리스트, 정가(正歌)를 전공한 미학도의 3인조.

앗싸는 아프로 아시안 싸운드 액트(Afro Asian SSound Act)의 약자다. 내년 1월 5일 나올 1집 ‘트레봉봉’ 수록 곡 ‘봘라’를 음원 차트에 내며 데뷔를 선언한 14일 오후, 이 팀의 리더 성기완(50)을 만났다. 록 밴드 3호선 버터플라이의 전 멤버이자 시인이다.

그를 만나기 전 영국 런던에서 마스터링을 끝낸 ‘트레봉봉’의 11곡을 전달받아 들어봤다. 서아프리카 전통 악기와 전기기타, 정가와 민요, 트로트 가락과 리듬앤드블루스(R&B)·솔, 랩이 뒤섞인 음악은 처음엔 잡탕찌개 같았다. 그런데 정체불명의 사운드 혼합물은 두세 번 듣자 된장찌개처럼 구수하게 고막 위로 내려앉았다. 마법 같았다.

○ “아프리카는 문화의 핵심 칩”

록 음악에 익숙하던 성기완이 이름도 외기 힘든 아프리카 음악과 악기에 빠져든 건 2005년부터 EBS 라디오 ‘세계음악기행’을 진행하면서다. “‘어, 이것도 아프리카 리듬이었어? 저것도?’ 음악을 공부할수록 세계 각종 음악의 중심에는 아프리카의 영혼이 박혀 있었어요. 스마트폰의 핵심 칩처럼 말이죠.”

2008년 서아프리카의 말리로 떠났다. 석 달간 음악의 뿌리를 연구했다. 지난해, 17년간 몸담았던 3호선 버터플라이를 탈퇴한 후 주한 아프리카 음악가를 수소문했다.

부르키나파소의 음악가 계급인 ‘그리오(griot)’ 출신으로 한국에서 음악 교육을 하는 디아바테를 소개받았다. 국악과 미학을 전공한 소리꾼 한여름을 더해 3인조를 구성했다. “뿌리를 캐볼수록 영국 음악은 아프로-브리티시, 미국 음악은 아프로-노던 아메리칸이라고 불러야 할 정도로 아프리카 음악의 영향이 지대합니다. 케이팝도 그래요. 선미의 ‘가시나’, 그거 완전히 아프리카 리듬이에요.”

그는 “레드 제플린, 핑크 플로이드를 동경하며 사대주의자라는 자괴감이 들었는데 아프리카 음악을 알게 되면서 비로소 그 짐을 덜어낸 느낌”이라고 했다.

○ 앗싸는 소리의 실험장

두 대륙은 음파 속에서 흥미롭게 충돌했다. 전기기타와 고니(기타와 비슷한 서아프리카 악기), 징과 칼레바스(서아프리카 타악기)의 소리가 부딪치며 반응을 일으켰다.

‘멩겔라 까마라/섬마을 바다’란 곡에선 아프로 아시안 뽕짝이 탄생했다. “디아바테가 완전히 뽕짝 같은 아프리카 멜로디를 부르기에 저의 뽕짝 선율을 제대로 접붙였죠. 각자 6박자와 4박자로 따로 놀고 있었는데 그게 흥미롭더라고요.”

노랫말은 영어, 프랑스어, 한국어, 시아무어, 방바라어의 5개 언어가 넘나든다. 우리말 음소(音素)의 음악적 속성을 파고든 성기완답게 이 앨범은 뉘앙스의 성찬이다. 그는 최근 가사 평론집 ‘노래는 허공에 거는 덧없는 주문’(꿈꾼문고)도 냈다. 산울림부터 슈퍼주니어까지 별의별 노랫말을 신묘하게 풀이했다. 밴드 ‘앗싸’는 내년 1월 27일 서울 마포구 ‘채널1969’에서 데뷔앨범 발매 기념 콘서트를 연다. 음악은 ‘앗싸!’란 말처럼 흥겹다는 걸 부정할 수 없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앗싸 밴드#서아프리카+한국 3인조#아프리카 악기 고니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