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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동댕이치고 구둣발로 짓밟아… 국빈 행사 초유의 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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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동댕이치고 구둣발로 짓밟아… 국빈 행사 초유의 폭력

문병기 기자 , 윤완준 특파원 입력 2017-12-15 03:00수정 2017-12-15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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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정상회담]中경호원 15명, 한국 기자 집단폭행
목덜미 잡히고… 바닥에 쓰러진 기자 14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을 취재하던 매일경제 이충우 사진기자(목이 잡혀 있는 사람)가 ‘한중 경제·무역 파트너십 개막식’에서 폭행을 당하고 있다(위쪽 사진). 아래쪽 사진은 중국 측 경호원에게 폭행당한 뒤 쓰러져 있는 한국일보 고영권 사진기자. 청와대사진기자단
14일 오전 10시 56분 중국 베이징 국가회의중심.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하는 한중 경제·무역 파트너십 행사장 주변에서 갑자기 소란이 벌어졌다. 이 행사를 취재하려는 한국 기자들을 중국 경호원 약 15명이 막아서면서였다.

기자들은 대통령 근접 취재를 허용하는 ‘비표’(대통령 경호처가 배부한 비밀표식)를 제시하며 항의했지만 중국 경호원이 한국일보 고영권 사진기자의 멱살을 잡아 뒤로 넘어뜨렸다. 바닥에 쓰러진 고 기자는 한동안 일어서지 못했다. 이들은 이 장면을 촬영하려는 다른 사진기자의 카메라를 빼앗아 집어 던지려 하며 취재를 하지 못하도록 위협하기도 했다.

오전 11시경, 우리 측 사진기자들이 다시 문 대통령을 뒤따르려 하자 다른 부스 앞에 대기하고 있던 중국 경호원들이 재차 출입을 막았다. 검은 양복을 입은 중국 경호원들은 항의하는 매일경제 이충우 사진기자와 시비 끝에 멱살을 잡고 복도로 끌고 나와 주먹질을 시작했다. 우리 기자들과 청와대 춘추관 직원들이 “스톱” “노 터치” 등 영어로 강하게 항의했으나 약 15명의 경호원은 이 기자를 쓰러뜨린 뒤 빙 둘러싸고 얼굴을 구둣발로 강타하는 등 3분가량 집단 린치를 가했다. 우리 측은 한국말로 욕설 섞인 표현까지 하며 제지하려 했지만 쓰러진 기자를 둘러싼 중국 경호원들은 이를 완력으로 밀어냈다.


폭행 과정에서 춘추관 이주용 국장이 “한국 경호팀 어디 갔느냐. 어서 와 달라”고 큰소리로 외쳤지만 경호팀은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중국 경호원 서너 명은 멱살 잡은 손을 뜯어말리던 이 국장의 뒷덜미를 잡아채 뒤로 끌어냈고, 춘추관 송창국 국장도 뜯어말리다 이리저리 밀리는 상황이 벌어졌다. 폭행 사태로 문 대통령도 10분 이상 전시장을 빠져나오지 못했다.

폭행을 당한 이 기자는 안구에 출혈이 생겼으며 구토 증세를 보였다.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고 기자는 계속 허리 통증을 호소했다. 이들은 15일 저녁 귀국해 서울대병원에 입원할 예정이다.

청와대는 외교부를 통해 중국 정부에 강력 항의하고 신속한 진상 파악과 책임자 규명을 요구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사전에 경호를 맡은 중국 공안과 한국 취재진이 대통령의 동선을 모두 취재하기로 했는데도 중국 측이 취재를 막아선 것은 비상식적”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보고를 받고 ‘굉장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윤영찬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전했다.

이번 폭행이 중국 관영 환추시보가 전날 중국 측의 외교 결례를 비판한 한국 언론에 대해 “국익의 대문을 향해 자살골을 넣는 것”이라고 비판한 직후에 나왔다는 점도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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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경호를 책임졌던 대통령 경호처의 현장 대응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호처 관계자는 “대통령 경호를 위해 전시장 안에 있었기 때문에 전시장 밖 소란행위를 발견하는 것이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폭행 주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폭행 가해자는 이날 행사를 주관한 KOTRA가 고용한 중국의 사설 보안업체 직원일 가능성이 높다는 보고를 받았다. 물론 (사설 직원들의) 지휘 책임을 맡은 중국 공안에 분명히 항의해야 하지만 (직접적) 폭행 책임은 당사자가 누구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KOTRA 측은 중국 공안이 처음부터 특정 업체를 지정해 경호 계약을 맺었다고 말했다. 이 업체는 ‘베이징은방패보안서비스회사’로 2011년 설립돼 베이징 공안국의 승인을 받은 회사라고 한다. 특히 해당 보안업체는 “폭행 가해자는 우리 직원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KOTRA는 사건 현장이 담긴 폐쇄회로(CC)TV 화면을 요구했으나 중국 공안이 이 CCTV 화면을 확보하고 주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공안은 이날 밤 폭행사건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중국 내 외신기자들의 모임인 중국외신기자클럽(FCCC)은 이날 성명을 내고 “기자에 대한 폭력은 결코 받아들여질 수 없다”고 밝혔다.

야당은 이번 폭행사태를 규탄했다. 자유한국당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대한민국에 대한 테러”라고 비판했다. 이날 정상회담에서 기자 폭행 문제는 언급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저녁 홈페이지 올린 정례 브리핑 전문에서 중국 측 경호원의 한국 기자 폭행 사건에 대한 질의응답을 삭제해 사태 은폐 논란이 일고 있다.

베이징=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윤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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