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브렉시트로 유럽 안보협력 ‘오리알 신세’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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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통합군 협력체제서 빠져… 美는 유럽 안보 영향력 급속 퇴조
브렉시트 비용에 국방예산 삭감
FT “英 국방력 한계 봉착”

“영국은 불편한 진실을 간과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2일 사설에서 “영국 장관들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가 영국에 번영을 가져다 줄 거라고 하지만 국방 분야에서의 타격이 눈에 띄게 심각한 상황”이라며 “영국의 국방력이 한계에 봉착했다”고 비판했다.

2019년 3월 EU 탈퇴가 예정된 영국은 11일 출범한 EU 안보·국방협력체제(PESCO)에서 자연스레 빠졌다. 세계 7대 군사강국인 영국은 그동안 프랑스와 함께 EU 국방의 주춧돌 역할을 했다. 이 때문에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1월 브렉시트 연설에서 11번이나 ‘안보’ 표현을 쓰면서 영국의 강한 국방력을 EU와의 브렉시트 협상 지렛대로 쓰겠다고 했다.

영국은 브렉시트 이후 국방 공백을 이른바 핵심동맹국 파이브아이스(Five Eyes·미국 영국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로 메울 계획이었다. 또한 미국과 별도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면 미국의 방산 산업에 자국 방산업체들이 진출할 길이 열려 새로운 기회가 생길 거라고 기대해 왔다.

그러나 1년 사이 상황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EU는 영국이 나가자마자 독자적인 국방 체계 PESCO를 출범시키며 EU 군대 창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 사이 유럽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급속도로 낮아지면서 오히려 영국이 유럽에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처지에 놓였다. 메이 총리는 올해 9월 “브렉시트 이후에도 조건 없이 EU와 국방 협력을 하겠다”며 EU 군사펀드에 55억 유로(약 7조950억 원)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손을 내밀었다.

게다가 브렉시트로 뜻하지 않은 비용이 많이 들어가자 필립 해먼드 재무장관이 국방예산 200억 파운드(약 29조836억 원) 삭감을 추진하고 있어 국방 타격은 더 큰 상황이다. 국방부 부장관은 “병력을 7만 명 이하로 줄이면 사퇴할 것”이라고 배수의 진을 쳤지만 정작 재무장관은 “5만 명이면 충분하다”며 국방예산 삭감 방침을 밝혔다. 게다가 브렉시트 이후 파운드화가 급락하면서 의회 산하 국가감시원은 향후 10년 동안 각종 군사 장비 프로그램으로 확보한 1780억 파운드(약 258조8440억 원) 중 210억 파운드(약 30조5377억 원)가 날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국의 핵 억지능력 강화, 항공모함 및 F35 전투기 추가 도입 등 각종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유럽 내 국방비 지출 1위를 차지했던 영국은 이미 2015년부터 프랑스에 역전당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영국#브렉시트#안보#국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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