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 모집 389명 전공 구분없이 선발… 상위 50%에 전액 장학금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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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학년도 정시 신입생 모집에서 사상 첫 전공 구분 없는 통합선발을 시도하는 이화여대의 전경. 이화여대 제공
2018학년도 정시 신입생 모집에서 사상 첫 전공 구분 없는 통합선발을 시도하는 이화여대의 전경. 이화여대 제공
이화여대가 1886년 개교 이래 처음으로 이번 2018학년도 정시모집에서 전공을 구분하지 않고 신입생을 뽑는 새로운 선발 방식을 도입한다. 고교 시절 이과였는지 문과였는지와 관계없이 대학 1학년을 보내며 다양한 전공체험 기회를 갖고, 그 후 자신이 원하는 전공을 골라 진로 최적화를 이루라는 취지다.

전공 구분 없이 선발하는 신입생 인원은 전체 모집인원의 12.9%인 389명이다. 이들 중 성적이 상위 50%에 해당하는 학생에게는 4년 동안 전액 장학금이라는 파격적인 혜택을 준다. 서울에 거주하더라도 기숙사에 입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학교 적응을 위한 전담 지도교수도 배정한다. 이화여대의 새로운 시도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변화 물결과 어떻게 맞물릴지 주목된다.

○ 대학 1년 자유롭게 보낸 뒤 전공 선택

이화여대는 대체 왜 개교 130여 년 만에 새로운 선발 방식을 도입한 걸까. 이윤진 이화여대 입학처장은 “미래사회는 다양한 지식을 융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인재를 바라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인문학적 상상력과 과학기술의 창조력을 갖추는 일은 인문계열, 자연계열이라는 인위적 틀로 구분될 일이 아닌 만큼, 과거의 미시적이고 분과적인 접근과는 다른, 좀 더 유연하고 융복합적인 인재 선발 방식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이화여대의 이번 정시 통합선발은 △고교에서 어떤 계열을 이수했는지와 상관없이 △다양한 전공 체험의 기회를 보장하고 △희망하는 학과(전공)를 선택해 스스로 진로를 설계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이 처장은 “일반적으로 정시 수능 전형으로 지원하는 학생들은 수시에 지원하는 학생들에 비해 희망 전공에 대한 탐색이나 준비가 정교하지 않을 수 있다”며 “따라서 대학에서 보다 밀도 있는 진로탐색의 길을 제공하고 본인에게 최적화된 학과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통합선발 전형으로 합격하면 입학 후 진로 선택과정을 이수한 뒤 1학년 말에 전공을 선택하게 된다. 이화여대는 이 학생들이 전공을 선택할 때 전공별 인원 제한이나 학점 기준을 두지 않고 오직 학생의 희망에 따라 전공을 선택하게 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학생들이 특정 학과에 쏠릴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지만 이화여대는 “실제 학생들을 조사한 결과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전공 선택 시에는 수능에서 인문계열에 응시해 입학했더라도 자연계열 전공을 선택할 수 있고,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다만, 통합선발 합격자는 의예과와 예체능 학과, 사범·간호대는 선택할 수 없다. 이들 학과는 각각 수시나 실기 전형 등 통합선발을 제외한 방법으로 입학생을 모집하기 때문이다. 이화여대는 “이들 학과는 국가에서 대학 정원을 관리하기 때문에 전원 수시모집에서 선발하고 수시모집에서 결원이 생길 때만 해당 인원을 모집단위별로 정시 선발한다”고 설명했다. 통합선발 학생들이 1학년 말에 선택할 수 있는 대학은 △인문과학대 △사회과학대 △자연과학대 △엘텍공과대 △경영대 △신산업융합대(체육과학부 제외) △스크랜튼대(국제학부, 융합학부)이다.

○ 미래가 원하는 융복합 인재 파격 지원

이화여대는 전공 구분 없이 뽑는 389명을 수능 기준 인문계열 응시자 211명, 자연계열 시험 응시자 178명을 통합 선발하는 방식으로 채울 예정이다. 전공의 문이 폭넓게 열려 있고 각종 혜택이 큰 만큼 종전에 세부 모집단위를 선택해야 했던 학과·학부별 선발에 비해 학생들의 평균 점수 분포가 올라갈 것으로 대학 측은 보고 있다. 커트라인 상승뿐만 아니라 충원율 자체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수험생들은 충원 합격률까지 고려해 지원 전략을 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화여대는 새로운 선발방식 도입에 따른 신입생 관리를 위해 선진형 교육과정 개발 및 지도교수가 밀착 지도하는 학생 맞춤형 전공 설계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통합선발의 경우 학과별로 선발된 학생들에 비해 소속감이나 연대감이 부족할 수 있다는 우려를 고려해 정시 통합선발 학생들을 위한 지도교수를 별도로 지정할 예정이다. 또 신입생의 적응뿐 아니라 학과 선택에 필요한 가이드 프로그램을 병행해 제공할 방침이다.

통합선발 학생들에게는 서울지역 학생이더라도 새로 건립한 친환경 기숙사가 제공된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화여대 측은 “서울시 건축상에서 우수상을 받은 신축 기숙사는 국내 대학에서 보기 드문 유닛형으로 설계돼 학생들의 개인 프라이버시를 보장한다”고 설명했다.

이화여대 김혜숙 총장은 “새로운 시작은 아무도 하지 않은 것을 하는 것이기에 언제나 불안하고 실험적일 수밖에 없다”며 “이화는 131년의 역사 동안 언제나 그 불안한 길을 확실한 걸음걸이로 걸어왔고, 이번 정시모집 통합선발도 역시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김 총장은 이어 “이화의 교육철학과 교육경험에 바탕을 둔 이화의 또 다른 도전에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여성 리더를 꿈꾸는 학생들을 초대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이화여대#이화여대 정시 모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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