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매거진]슈퍼카 기술 품은 스위스 시계의 ‘파격’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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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보르기니와 만난 로저드뷔
로저드뷔 ‘엑스칼리버 아벤타도르S’

지난 달 2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로저드뷔 신제품 홍보 행사는 로저드뷔의 디자인만큼이나 파격적이었다. 복합쇼핑몰 지하주차장에서열린 이날 행사에는 시계 제작과정 시연, 모터 스포츠 관련 영상 상영 등 다양한 이벤트가 마련됐다. 로저드뷔 제공
지난 달 2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로저드뷔 신제품 홍보 행사는 로저드뷔의 디자인만큼이나 파격적이었다. 복합쇼핑몰 지하주차장에서열린 이날 행사에는 시계 제작과정 시연, 모터 스포츠 관련 영상 상영 등 다양한 이벤트가 마련됐다. 로저드뷔 제공
“부아앙 부아앙 끼이익.”

지난달 23일 중국 베이징(北京)의 한 복합쇼핑몰에서 난데없는 자동차 엔진소리가 울려 퍼졌다. 고성능 스포츠카에서나 날 법한 요란한 굉음에 사람들의 시선이 순식간에 한쪽으로 쏠렸다. 강한 헤드라이트 불빛을 내뿜으며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낸 건 수억 원을 호가하는 람보르기니 스포츠카였다. 이곳에선 스위스 시계 브랜드 로저드뷔 신제품 출시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모터쇼나 신차 출시 현장에 가 있어야 할 초호화 자동차가 시계 행사장에 나타난 이유는 뭘까.

이날은 로저드뷔 제품 못지않게 자동차나 모터스포츠 관련 전시물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장소부터 남달랐다. 만찬 참석을 위해 한껏 차려입은 참가자들은 고급호텔 스카이라운지가 아닌 쇼핑몰 지하주차장에 모였다. 별다른 리모델링 없이 주차구획과 출입구 표시가 그대로 드러난 실제 주차장이었다. 자동차들이 모두 빠진 주차장을 메운 건 고성능 스포츠카와 로저드뷔 시계였다. 프레젠테이션의 절반은 모터스포츠 경기 영상이나 람보르기니의 주행 장면이 차지했다. 객석에는 모터스포츠 유니폼을 입은 프로선수들의 모습도 보였다.
지난 달 2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로저드뷔 신제품 홍보 행사는 로저드뷔의 디자인만큼이나 파격적이었다. 복합쇼핑몰 
지하주차장에서열린 이날 행사에는 시계 제작과정 시연, 모터 스포츠 관련 영상 상영 등 다양한 이벤트가 마련됐다. 로저드뷔 제공
지난 달 2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로저드뷔 신제품 홍보 행사는 로저드뷔의 디자인만큼이나 파격적이었다. 복합쇼핑몰 지하주차장에서열린 이날 행사에는 시계 제작과정 시연, 모터 스포츠 관련 영상 상영 등 다양한 이벤트가 마련됐다. 로저드뷔 제공

도통 알 수 없는 행사 정체는 로저드뷔의 새 모델 ‘엑스칼리버 아벤타도르S’가 등장하면서 점점 선명해졌다. 이 신제품은 장 마크 폰트로이 로저드뷔 대표이사와 함께 화면에 모습을 드러냈다. 시곗바늘이 움직이자 자동차 엔진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마치 속도 게이지가 표시된 자동차 계기판을 보는 듯했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았던 자동차와 시계가 제법 그럴싸한 조화를 이뤘다. 스크린에는 둘의 만남을 가리키는 ‘선구적인 엔지니어가 탁월한 시계회사를 만났을 때(When visionary engineers meet incredible watchmakers)’라는 문구가 나타났다.

9월 로저드뷔는 이탈리아 슈퍼카 브랜드 람보르기니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엔진룸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신제품은 시계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스켈레톤 디자인이다. 엔진후드가 드러나는 람보르기니 자동차의 특성을 시계에 반영했다.

시계 베젤 부분은 고무로 덮은 특수 카본 소재가 적용됐다. 곳곳에 깊게 팬 디자인은 자동차 타이어와 흡사했다. 제품 이름도 람보르기니 모델명을 그대로 따 아벤타도르S라고 지었다. 로저드뷔는 람보르기니의 고유 색상인 ‘아란치오 아르고스(오렌지)’ 색을 입힌 모델 8개와 ‘지알로 오리온(옐로)’ 색상을 적용한 모델 88개, 총 96개 모델만 한정 생산했다. 특히 오렌지 모델은 세계 최초로 람보르기니 자동차 생산 때 쓰는 C-SMC 카본을 사용해 람보르기니의 특징을 한층 더 살렸다.

클래식한 디자인과 브랜드 고유 아이덴티티를 고집하는 일반적인 스위스 고가 브랜드와 달리 로저드뷔는 독특하고 화려한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람보르기니와의 협업도 개성이 너무 강해 업계에서 이단아 취급을 받는 로저드뷔다운 행보다. 엑스칼리버 아벤타도르S는 두 브랜드의 첫 번째 협업 작품이다.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개성 있는 디자인을 추구하는 로저드뷔와 람보르기니의 협업은 성공적이었다. 2억5000만 원이 넘는 높은 가격에도 오렌지 색상 8개는 출시하자마자 모두 팔렸다.

로저드뷔와 람보르기니는 생각보다 우연히 만났다. 로저드뷔 고객의 주요 관심사가 슈퍼카나 요트라는 사실에서 출발한 아이디어가 두 브랜드를 이어줬다. 디자인과 기능면에서 매번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는 두 브랜드의 비슷한 경영철학도 이번 컬래버레이션을 부추겼다.

로저드뷔와 자동차의 만남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로저드뷔는 람보르기니에 앞서 올해 세계적인 타이어 브랜드 피렐리와 손을 잡았다. 1월 출시한 엑스칼리버 스파이더 피렐리 더블 플라잉 투르비옹의 스트랩은 지난해 세계적인 자동차경주대회 F1모나코 그랑프리에서 우승한 차량의 타이어 조각으로 만들어졌다. 이 모델 역시 3억5900만 원이라는 고가에도 8개 제품 모두 주인을 찾아갔다. 내년 스위스 고급 시계 박람회(SIHH)에선 소재와 색상을 일부 변경한 신제품 2종을 추가로 선보일 계획이다.

로저드뷔는 최근 한국 중국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 시장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달 베이징 행사에 이어 7일에는 서울에서 ‘엑스칼리버 아벤타도르S’ 제품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로저드뷔코리아 관계자는 “세계 23개 매장 가운데 3개가 한국 매장”이라면서 “한국시장의 중요성이 계속 커지고 있는 만큼 국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새로운 제품들을 계속 선보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하다면 대범해져라(Dare to be Rare)’라는 강렬한 슬로건을 내세우며 끊임없는 변신을 추구하고 있는 로저드뷔가 시계업계에 또 어떤 ‘파격’을 보여줄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베이징=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로저드뷔#엑스칼리버 아벤타도르s#람보르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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