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인간보다 뛰어난 AI의 탄생… 어떤 미래 가져올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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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스 테그마크의 라이프 3.0/맥스 테그마크 지음·백우진 옮김/468쪽·2만6000원·동아시아

2015년 영국에서 첫 방영된 드라마 ‘Humans’. 인공지능 로봇이 자아와 감정을 갖게 되면서 인간을 대체한 사회를 묘사한다. 기계화된 생명체가 연상되는 미래사회의 한 단면을 느낄 수 있다. AMC 제공
2015년 영국에서 첫 방영된 드라마 ‘Humans’. 인공지능 로봇이 자아와 감정을 갖게 되면서 인간을 대체한 사회를 묘사한다. 기계화된 생명체가 연상되는 미래사회의 한 단면을 느낄 수 있다. AMC 제공
물리학자이자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인 저자가 인공지능(AI)이 열어갈 인류와 생명의 미래에 대해 정리한 책이다.

저자는 책의 첫 포문을 범용인공지능(AGI)과 인류에 대한 흥미로운 소설로 연다. 내용은 대략 이렇다. 범용인공지능을 개발하는 한 회사의 오메가팀에서 만든 AI ‘프로메테우스’는 스스로 또 다른 AI를 설계하는 능력을 지녔다. 프로메테우스의 초창기 단계에선 인간이 만든 영화를 빠르게 학습해 인간 못잖은 흥행 영화를 AI가 만들어 내고, 이렇게 제작된 영화는 넷플릭스보다 수십 배 저렴한 영상 제공 플랫폼을 통해 유통시키며 세계 영화시장을 접수한다. 인간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창작’의 영역까지 거뜬히 성공할 수 있는 AI의 힘을 보여주는 것이다. 더 나아가 프로메테우스 역시 업그레이드를 반복하며 AGI로 거듭나면서 다양한 산업, 미디어, 정치여론, 정부 구조 등을 점차 변화시키는 과정을 그린다. 단편 공상과학(SF) 소설 같지만, 저자는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미래 시대 AI의 모습이라고 지적한다.

저자는 생명을 ‘라이프 1.0’ ‘라이프 2.0’ ‘라이프 3.0’ 등 세 단계로 구분한다. 라이프 1.0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 진화(進化)의 방식을 통해서만 발전할 수 있는 생명형태다. 박테리아가 대표적이다. 박테리아는 어떤 상황에 대응하는 아주 기초적인 반응을 할 순 있지만, 무언가를 학습하진 못한다. 그래서 새로운 상황에 대한 대처능력이 없다. 라이프 2.0은 하드웨어는 진화해야 발전할 수 있지만, 소프트웨어는 직접 설계할 수 있는 생명형태다. 대표적인 예는 인간이다. 인간은 어릴 적부터 교육을 통해 말과 글을 배우고 학문을 습득한다. 게다가 이렇게 설계한 소프트웨어를 다음 세대에 전달할 수도 있다. 라이프 2.0 시대에는 진정한 문화가 등장하고 지식과 기술이 폭발적으로 발전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가장 주목할 만한 단계인 ‘라이프 3.0’은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소프트웨어는 물론이고 하드웨어도 직접 설계할 수 있는 생명형태다. 라이프 3.0 생명은 소프트웨어를 설계한 능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하드웨어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업그레이드된 하드웨어는 다시 더 나은 소프트웨어를 설계할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이는 다시 하드웨어의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선순환 구조를 가진다. 저자는 인간 수준을 훨씬 능가하는 미래의 AGI가 바로 ‘라이프 3.0’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만약 라이프 3.0의 AGI를 만드는 데 성공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저자는 이 질문에 “우리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는 솔직한 답변을 내놓는다. 그러면서도 AGI가 등장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면 그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다양한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살핀다.

해외에서 먼저 출간됐으며 ‘인공지능에 대한 일반적인 믿음을 바로잡고 기본적인 용어와 핵심 논쟁을 명쾌하게 설명한다’(유발 하라리·이스라엘 역사학자), ‘우리가 생명, 지능, 의식의 위대한 미래를 추구해 나가는 과정에서 마주칠 도전과 선택할 상황에 대한 설득력 있는 길잡이다’(일론 머스크·테슬라 CEO) 등 유명 인사들의 추천 평이 눈길을 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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