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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제국 마지막 황태손빈, 쓸쓸히 떠난 하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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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제국 마지막 황태손빈, 쓸쓸히 떠난 하늘길

유원모 기자 , 최지선 기자 입력 2017-12-07 03:00수정 2017-12-0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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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구 前부인 줄리아 리 11월 별세
1958년 뉴욕서 만나 결혼, 귀국후 낙선재 안주인으로… 종친회 종용에 1982년 이혼
94세로 하와이 요양병원서 숨져… 마지막까지 한국-前남편 그리워해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태손인 이구의 전 부인 줄리아 리가 지난달 26일 세상을 떠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사진은 젊은 시절 부부의 행복했던 모습. 동아일보DB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태손인 이구(李玖·1931∼2005)의 전 부인인 줄리아 리(본명 줄리아 멀록)가 노환으로 별세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향년 94세.

이구의 9촌 조카인 이남주 전 성심여대 음악과 교수는 6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줄리아 리가 지난달 26일 미국 하와이 할레나니 요양병원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고 밝혔다.

줄리아는 고종의 손자이자 영친왕 이은(1897∼1970)과 이방자 여사의 외아들인 이구의 전 부인이다. 황태손인 이구는 1950년 미국으로 건너가 매사추세츠공대(MIT)를 졸업하고, 뉴욕에서 건축가로 활동하다 8세 연상의 줄리아를 만나 1958년 결혼했다.

둘은 영친왕의 요청으로 1963년 한국에 들어와 서울 창덕궁 낙선재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손재주가 많았던 줄리아는 낙선재에 바느질방을 차리고, 장애인을 위한 기술 교육도 했다. 이 교수는 “당시 두 사람은 금실 좋은 부부의 모습이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시련의 시간이 찾아왔다. 한국에서 이구의 사업이 번번이 실패했다. 종친회는 외국인인 줄리아를 태손빈으로 인정하지 않았고, 후사를 잇지 못한다는 이유로 이혼을 종용하기도 했다. 결국 둘은 1977년 별거를 시작해 1982년 이혼했다. 이후 이구는 일본으로 건너갔고, 줄리아는 한국에서 홀로 ‘줄리아 숍’이라는 의상실을 운영하다가 1995년 하와이에 정착했다. 2000년엔 한국에 잠시 돌아와 그동안 간직해 오던 조선 왕가의 유물과 사진 450여 점을 덕수궁박물관에 기증하기도 했다.

줄리아는 2005년 이구가 일본에서 숨진 채 발견된 후 서울에서 치러진 장례식장에 초대받지 못했다. 모자를 눌러쓴 채 휠체어에 앉아 먼발치에서 지켜만 볼 뿐이었다. 이 교수는 “줄리아가 따로 이구를 위한 분향소를 마련해 추모 미사를 드리는 등 애틋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고 했다.

이 교수는 “생전에 줄리아는 자신이 죽으면 화장해 낙선재나 이구의 묘에 유골 일부를 뿌려 달라고 할 만큼 한국과 이구를 끝까지 그리워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사후에도 재회하지 못하게 됐다. 이구의 묘는 고종과 순종이 묻힌 경기 남양주 홍유릉 영역에 마련됐지만 줄리아의 유해는 딸이 홀로 수습하느라 화장한 뒤 태평양 바다에 뿌려졌다.


유원모 onemore@donga.com·최지선 기자
#마지막 황태손#이구#마지막 황태손빈#줄리아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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