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랑방 손님…’ 보며 웃음터진 프랑스인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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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기메 박물관 ‘신상옥 감독 회고전’
“파란만장한 삶… 한국영화 거장” 르몽드 등 현지 언론서도 관심

1일 오후(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16구 기메 박물관에서 열린 고 신상옥 감독 회고전에 관객들이 표를 내고 입장하고 있다. 회고전은 3주간 계속된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1일 오후(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16구 기메 박물관에서 열린 고 신상옥 감독 회고전에 관객들이 표를 내고 입장하고 있다. 회고전은 3주간 계속된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파리 시민 소니에 씨는 1일 저녁(현지 시간) 퇴근 후 부인과 함께 프랑스 최대 동양 테마 박물관인 파리 기메 박물관을 찾았다. 이날 기메 박물관에서는 ‘한국 영화의 제왕’이라는 제목으로 고 신상옥 감독(1926∼2006) 회고전이 열렸다. 소니에 씨는 “평소 한국 영화를 즐겨보는데 1950, 60년대 한국 영화를 주름잡던 신 감독의 영화를 상영한다고 해서 왔다”고 말했다.

이날 상영된 영화는 신 감독이 연출하고 최은희 씨가 주연을 맡은 1961년 작품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상영 전 무대에 오른 박물관 프로그래머는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는 멜로와 코미디, 멜랑콜리가 복합되어 있는 아주 독특한 영화”라고 소개했다.

여섯 살 난 옥희의 내레이션과 프랑스어 자막을 좇아 영화에 몰입하던 관객 40여 명은 영화 도중 식모가 달걀장수와 몰래 사랑을 나누다가 치마를 거꾸로 입은 채 나오는 장면 등 영화 곳곳에서 폭소를 터뜨렸다.


프랑스에서 홍상수 박찬욱 봉준호 등 한국 영화감독들이 각광받으면서 한국 영화의 원로인 신 감독도 최근 재조명받고 있다.

기메 박물관은 지난달 24일부터 3주 동안 주말마다 ‘로맨틱 파파’ ‘연산군’ 같은 신 감독의 대표작 14편을 상영한다. 지난달 28일 막을 내린 제39회 낭트 제3대륙 영화제에서도 신 감독 특별전이 열렸다. 프랑스에서 진행된 가장 큰 회고전이다. 프랑스 언론도 신 감독을 조명하는 기사를 연일 내보내고 있다.

기메 박물관의 회고전을 기획하고 영화를 선정한 프로그래머 테오 씨는 “신 감독이 프랑스 영화계에서는 유명하지만 대중에게는 저평가받는 게 안타까워 소개하게 됐다”며 “신 감독은 멜로와 역사 사극 등 이질적인 소재를 다양하게 다뤄 한국 영화에 새로운 시선을 안겨준 근대 한국 영화의 거장”이라고 극찬했다.

신 감독의 파란만장한 인생도 프랑스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1926년 함경북도에서 태어난 신 감독은 당시 최고 여배우 최은희 씨와 결혼한 뒤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를 주도하다가 납북됐다. 이후 극적으로 북한을 탈출해 미국을 거쳐 한국에서 생을 마감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병합(일제강점기)되고, 멍들고(6·25전쟁), 찢어지는(분단) 나라의 아픔 그 한가운데에 있던 한국 영화의 제왕’이라고 그를 소개했다.

테오 씨는 “그의 자서전 제목이 ‘나는 영화다’인 것처럼 그의 삶을 보다 보면 그의 영화를 잊게 한다. 삶은 우리가 쓸 수 있는 최고의 시나리오다. 전복된 그의 삶을 한 꺼풀씩 벗겨낼수록 그에게 빠져들게 된다”고 말했다. 낭트 제3대륙 영화제는 “신 감독이 북한에 있던 시절 만든 영화도 상영하고 싶었으나 최근 (북한 핵문제로) 워낙 민감한 시기여서 틀 수가 없었다”고 밝혔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파리 기메 박물관#신상옥#신상옥 감독 회고전#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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