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호소’뒤 석달… 특수학교 반대 현수막은 그대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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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그후]

9월 5일 서울 강서지역 공립 특수학교 신설 주민 토론회에서 장민희 강서장애인가족지원센터 팀장(왼쪽)이 학교를 짓게 해달라며 무릎을 꿇자 다른 장애학생 어머니들도 함께 무릎을 꿇었다. 동아일보DB
9월 5일 서울 강서지역 공립 특수학교 신설 주민 토론회에서 장민희 강서장애인가족지원센터 팀장(왼쪽)이 학교를 짓게 해달라며 무릎을 꿇자 다른 장애학생 어머니들도 함께 무릎을 꿇었다. 동아일보DB
“시민으로서 부끄러웠다거나 특수학교를 짓지 못해 장애 학생들의 교육권이 침해받는 줄 몰랐다며 공감해주는 분들이 늘었습니다.”

9월 서울 강서구 옛 공진초등학교 터에 특수학교(서진학교)를 설립하기 위해 열린 주민설명회에서 가장 먼저 무릎을 꿇고 특수학교 설립을 호소한 장민희 강서장애인가족지원센터 팀장은 4일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이후의 변화를 이렇게 설명했다. ‘무릎 호소’ 이후 많은 시민들이 특수교육에 관심을 갖고 장애 학생들의 어려움에 공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장 팀장은 “지역 주민들이 특수학교 설립을 지지하는 서명운동을 벌여 10만 명 넘게 참여했다”며 “교육부 장관과 서울시교육감 등도 특수학교를 방문해 특수학교 설립을 독려하고 있다. 늦긴 했지만 정부와 교육청에서 큰 관심을 갖고 (특수학교 설립) 추진을 약속했으니 반드시 지켜지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장 팀장을 비롯해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의 ‘무릎 호소’는 열악한 대한민국 특수교육의 현실을 널리 알렸지만 서진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일부 주민들의 태도까지 바꿔놓지는 못했다. ‘특수학교 설립 반대추진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주민 50여 명은 토론회 이후 강서구청 앞에서 반대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강서구가 서울시 똥통이냐. 구청장은 특수학교 찬반 입장을 확실히 하라”고 외쳤다.

장 팀장은 “특수학교 설립 반대 현수막도 여전히 그대로 걸려 있다”며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고 있지만 지역 주민들의 마음을 돌리기엔 역부족인 것 같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하지만 시교육청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주민들과의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시교육청과 주민 비대위 대표들은 지난달 특수학교 터에 어떤 주민 편의시설을 세울지 논의할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낙후된 지역에 특수학교 대신 지역을 발전시킬 수 있는 시설이 들어와야 한다는 주민이 여전히 계시지만, 시교육청과 협의할 필요가 있다며 대화에 참여하는 분도 있다는 점에서 진전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서진학교 실시설계를 진행하고 있는 시교육청은 2019년 개교를 목표로 내년 3월 첫 삽을 뜰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교육부는 이날 ‘5차 특수교육발전 5개년(2018∼2022년) 계획’을 발표했다. 2022년까지 장애인 교육을 위한 특수학교를 최소 22곳 만들고, 특수학급을 1250개 늘리기로 했다. 특수학교는 현재 174곳에서 196곳 이상으로 늘어난다. 경남 4곳, 서울 경기 충남 각 3곳, 인천 강원 대구 각 2곳, 광주 대전 충북 각 1곳이다. 특수학급은 1만325개에서 1만1575개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정부가 특수학교와 특수학급을 늘리기로 한 것은 장애학생의 원거리 통학과 과밀학급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2017년 기준 특수교육 대상자 8만9353명 중 특수학교나 특수교육지원센터에서 공부하는 학생은 29.3%(2만6199명)에 불과하다. 70.7%(6만3154명)는 일반학교 특수학급이나 일반학급에서 공부하고 있다. 특수학교 학생 중 9.5%는 거주지 인근에 특수학교가 없어 1시간 이상 원거리 통학을 하고 있다.

신익현 교육부 지방교육지원국장은 “국립대 특수교육과 부속학교와 병원 내 학교 등 다양한 형태로 특수학교를 설립하고, 현재보다 소규모·전문화된 형태로 개선할 예정”이라며 “실제 설립되는 특수학교 수는 22곳보다 많을 것”이라고 했다.

교육부는 시도교육감이 특수학교 설립을 요구하면 다른 종류의 학교보다 우선 반영하도록 ‘학교시설사업 촉진법’의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신설 특수학교에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체육관이나 도서관, 공연실 등 복합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학교 신설비를 늘리기로 했다.

법정기준(학생 4명당 교사 1명)의 67.2%에 불과한 특수교사 배치율은 90% 이상으로 올린다. 일반학교의 통합교육 강화를 위해 통합교육 지원교사(순회교사) 배치를 늘리고, 특수교육지원센터에 의사 치료사 등으로 구성된 전담팀을 50개 이상 운영하기로 했다. 또 교육부는 어릴 때부터 장애·비장애 학생이 함께 어울리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17개 시도에 1개 이상 통합유치원을 설립하기로 했다. 통합유치원은 일반학급과 특수학급을 일대일로 운영하며 모든 일과를 통합해 진행한다.

유덕영 firedy@donga.com·이지훈 기자
#특수학교#장애학생#설립반대#신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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