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기정 투구부터 박찬호 유니폼까지… 스포츠 역사 한자리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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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박물관 ‘한국 스포츠…’ 특별전

손기정 선수의 가슴에서 일장기를 지운 1936년 8월 25일자 동아일보의 지면(위)과 보도를 주도한 이길용 기자의 취재수첩.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제공
손기정 선수의 가슴에서 일장기를 지운 1936년 8월 25일자 동아일보의 지면(위)과 보도를 주도한 이길용 기자의 취재수첩.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제공
“나는 이 나라의 아들 손기정 선수를 왜놈에게 빼앗기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 우리는 도무지 일장기를 싣지 않을 속셈이었던 것이다.”

이길용 동아일보 기자(1899∼?)의 취재수첩에는 이 같은 내용이 적혀 있다. 이 기자는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한 손기정 선수의 가슴에서 일장기를 지우고 신문에 게재한 언론인이다. 이 사건으로 이 기자는 구속됐으며 동아일보는 11개월간 정간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손 선수의 활약과 이 기자의 용기 있는 행동은 한국 스포츠의 자랑스러운 역사로 남아 있다.

이처럼 한국 스포츠의 명장면을 한자리에 모은 전시회가 열린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5일부터 내년 3월 4일까지 특별전 ‘한국 스포츠, 땀으로 쓴 역사’를 개최한다고 4일 밝혔다. 이번 전시에선 근대 이후 한국 체육계의 역사를 기록한 자료 480여 점과 사진, 영상 등 30여 점이 공개된다. 전시는 시대순으로 총 3부로 구성됐다.

1부 ‘근대 스포츠의 시작’에선 1930년대 경평(京平) 축구대회에서 사용된 축구공과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엄복동의 자전거, 손기정 선수가 부상으로 받은 투구 등을 관람할 수 있다.

2부 ‘한국 스포츠의 전환과 도약’은 광복 이후 한국 스포츠의 발전 과정을 보여준다. ‘박치기왕’으로 불렸던 프로레슬러 김일의 챔피언 벨트와 ‘아시아의 물개’ 조오련 선수가 1978년 방콕 아시아경기에서 거둔 2관왕 금메달 등을 전시했다. 3부 ‘한국 스포츠의 세계화’에선 국내 최초 메이저리거 박찬호 선수 유니폼 등이 공개된다.

전시 말미에는 1923년 평양에서 열린 제1회 전조선빙상경기대회부터 2018 평창 겨울올림픽까지 우리나라의 겨울 스포츠 도전사를 살펴볼 수 있다. 1948년 스위스 생모리츠 겨울올림픽에 출전한 당시 국가대표 선수들의 사진과 1956년 이탈리아 코르티나담페초 겨울올림픽에서 조윤식 선수가 신었던 스케이트화 등 희귀 자료를 볼 수 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평창올림픽#스포츠 역사#역사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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