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성희]EXO 팬의 황당 청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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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그룹 엑소(EXO)가 1일 홍콩에서 열린 2017 엠넷아시안뮤직어워즈(MAMA)에서 ‘올해의 가수상’을 받지 못하자 소녀 팬들이 청와대 홈페이지로 몰려가 ‘MAMA 폐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올해 MAMA에서는 방탄소년단(BTS)이 ‘올해의 가수상’ 등 3관왕을 차지했고 신예 아이돌 워너원이 ‘베스트남자그룹상’을 받은 반면 EXO는 ‘올해의 앨범상’을 받는 데 그쳤다. 실망한 EXO 팬들의 분노는 MAMA로 향했다.

▷‘MAMA는 BTS에만 상을 몽땅 줬다.’ ‘우리 오빠들은 그런 취급을 받아서는 안 된다.’ ‘공정(fair)이란 말이 당신네 어휘엔 없는 것 같다’는 분노형부터 ‘Close MAMA, Pleaseeeeeeee!’라는 귀여운 읍소형까지 다양한 댓글이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통해 주로 영어로 올라왔다. 간혹 러시아어도 보인다. 한국 아이돌그룹의 국제적 위상과 막강한 팬덤을 확인해 뿌듯하기도 하지만 국민청원 게시판이 국민도 아닌 사람들에게 이렇게 남용되어도 되는지는 모르겠다.

▷2016년 MAMA에서도 EXO 팬클럽인 EXO-L과 BTS 팬클럽인 아미(ARMY)는 온라인상에서 맞붙었다. EXO가 ‘올해의 앨범상’ 등 4관왕에 올랐지만 ‘올해의 가수상’을 BTS가 가져갔기 때문이다. MAMA의 주요 부문인 ‘올해의 앨범’ ‘올해의 가수’ ‘올해의 노래’ 등 3개의 상을 지난 7년간 SM엔터테인먼트와 YG엔터테인먼트가 양분해 왔는데 올해는 신생 기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BTS)와 국민프로듀서(워너원)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국민청원이 20만 건이 넘거나, 20만 건이 안 되더라도 관심사안의 경우 정부나 청와대 관계자가 답변하라는 게 문재인 대통령 지시다. 이에 따라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을 처벌해야 한다는 소년법 개정 청원과 낙태죄 폐지 청원에 대해 조국 민정수석이 각각 답변했다. 현재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청원은 60만 명이 동의한 나영이 성폭행범 조두순 출소 반대다. 답변이 나와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걸 보면 청와대의 곤혹스러움이 느껴진다. EXO 팬들의 황당한 청원도 20만 건이 넘으면 답변을 해야 하나.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나영이 성폭행범 조두순 출소 반대#소년법 개정 청원#낙태죄 폐지 청원#exo 팬의 황당 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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