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갈등, 美-中 전략 충돌에 한국이 피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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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정평화재단 후원 ‘한국과 범중화권 국제회의’ 열려

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과 범중화권 국제회의’ 참가자들이 주먹을 불끈 쥔 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인천대와 국제교류재단이 주최한 이날 행사에선 한중 관계를 악화시키는 외부 환경 요인이 집중 논의됐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과 범중화권 국제회의’ 참가자들이 주먹을 불끈 쥔 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인천대와 국제교류재단이 주최한 이날 행사에선 한중 관계를 악화시키는 외부 환경 요인이 집중 논의됐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5년 10월 1일) 톈안먼(天安門) 성루에 올라 한중 관계가 정점에 달했으나 2년여 만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한중 양국의 학자들도 이를 어떻게 해석할지 당황스럽다. 이는 동북아 전반의 구조적인 변화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

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국립인천대와 국제교류재단 주최로 열린 ‘한국과 범중화권 국제회의’에서 한셴둥(韓獻棟) 중국정법대 교수는 이렇게 말하며 한중관계 악화의 외부 요인을 강조했다. 양국이 역사 문제와 해양 경계 문제 등은 해결의 가닥을 잡아갔지만 외부환경 요인 변화 중에는 양국이 통제할 수 없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한국과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 역시 중국이나 한국 정부만의 잘못이 아니라 미중 관계를 포함한 동북아 전략 환경 변화의 큰 틀 속에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 교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달라진 환경적인 변화로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일본과 한국을 포함하는 동맹체제 강화, 북한에 대한 위협적인 태도 등 미국의 외교정책 변화를 먼저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베를린 선언’을 통해 북한을 흡수하거나 인위적으로 통일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집권 이후 한미동맹 강화 등으로 딜레마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류더하이(劉德海) 대만 국립정치대 교수는 “한반도 사드 배치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유산으로 미중 전략 차원에서 배치된 것”이라면서 “한국은 중간에 끼어 미중 양국 사이에서 어쩔 수 없이 사드를 배치해 피해를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 교수는 중국의 국력이 강화돼 보다 적극적인 대외정책을 펴는 것도 한 요인으로 지적했다. 후진타오(胡錦濤) 주석 시대에서 시진핑(習近平) 시대로 들어선 뒤 대외정책도 도광양회(韜光養晦·재주를 감추고 때를 기다림)에서 유소작위(有所作爲·할 수 있는 일은 한다는 자신감을 보임)로 변화했다.

류 교수는 “시진핑 시대 들어 중국은 진정한 대국을 표방하면서 북한의 도전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태도로 미국과 공동으로 북한을 관리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고 분석했다. 전인갑 서강대 교수는 “국력이 커진 중국이 서구의 방식으로 세계를 보지 않겠다며 도전하고 나섰다”며 “중국에서 나오는 ‘신조공 질서’나 ‘신천하주의론’ 등은 미국과 함께 세계의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내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행사를 후원한 화정평화재단의 남시욱 이사장은 “최근 중국 고위 지도자들이 ‘북한 핵은 미국과 북한의 문제’라고 말하는데 한국의 생존에 가장 큰 문제인 북핵이 어떻게 미국과 북한만의 문제일 수 있느냐. 한국 외교가 부족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추궈훙(邱國洪) 주한 중국대사가 축사를 하고 렁춘잉(梁振英)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부주석 겸 전 홍콩 행정장관이 참가해 중국 홍콩 마카오를 잇는 개발계획 등에 대해 기조연설을 했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화정평화재단#한국과 범중화권 국제회의#주한 중국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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