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바닷물에 저체온증… 구명조끼 입고도 참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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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낚싯배 전복]시속 3.7km 빠른 물살도 피해 키워

선창1호가 전복된 지점에 해양 경비정이 도착해 구조 활동을 시작한 시점은 사고 발생 37분이 지난 때였다. 사고 지점에서 가까운 영흥도에 인천해경 영흥파출소가 있어서 비교적 신속한 구조가 가능했다. 하지만 선창1호에 탄 22명 중 절반이 넘는 15명이 숨지거나 실종되는 큰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것은 찬 바닷물과 빠른 물살 때문이었다.

해경에 따르면 사고 당시 바닷물 온도는 섭씨 7.5도였다. 목욕탕에서 물에 몸을 담갔을 때 ‘차갑다’고 느끼는 냉탕의 수온은 20도다. 이보다 훨씬 낮은 7.5도에서는 물속에서 버티는 훈련을 받은 사람이 방수복을 입고 있어도 1시간을 버티기 어렵다고 한다. 사람이 갑자기 찬물에 빠지면 저체온증으로 손과 발부터 마비되고 시간이 지나면 심장 박동이 멈추게 된다. 행정안전부는 ‘선박 안전사고 행동요령’에서 선박에서 탈출한 사람이 사망하는 첫 번째 원인을 체온 저하로 꼽고 있다.


공길영 한국해양대 항해학부 교수(운항훈련원장)는 “대형 유조선에 들이받힌 충격으로 정신을 잃은 선창1호 승객 일부는 저체온증을 인식하지 못한 채 심장이 정지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모 씨(37) 등 생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선창1호에 탄 사람들은 모두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다. 따라서 주 사망 원인이 저체온증으로 추정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서 씨 등 생존자 4명은 15분가량 바닷물에 떠 있다가 급유선과 해양 경비정에 구조됐다.

또 사고 해역의 빠른 물살도 인명 피해를 키웠다. 섬과 섬 사이가 좁고 수심이 갑자기 낮아지는 지점이 많아 썰물 때 조류의 속도가 시속 약 3.7km에 달한다. 숨진 김모 씨(42) 등 2명은 사고 지점에서 2km가량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다. 해경은 실종된 선장 오모 씨(70)와 승객 이모 씨(57)가 빠른 조류 때문에 사고 지점에서 멀리 떠내려갔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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