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담낭수술 뒤 항생제 필요없다” 맹장염수술에도 확산 전망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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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성모병원 홍태호-김은영 교수팀… 환자 200명 항생제 처방 전후 조사

간단한 수술 뒤에도 관행적으로 항생제 처방이 줄을 이을 정도이다 보니 항생제 오남용 국가라는 오명을 좀처럼 벗지 못하는 게 한국의 현실이다.

앞으로 담낭 절제 수술 뒤 관행적으로 해왔던 항생제 처방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의료진이 담낭 절제 수술 뒤 항생제 치료의 불필요성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급성충수염(맹장염) 수술에 관행적으로 해오던 항생제 처방도 한 번쯤은 고민해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항생제 처방량(31.7)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3.7)보다 훨씬 높기 때문이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간·담췌외과 홍태호, 중환자외상외과 김은영 교수팀은 2015년 9월∼2016년 4월 서울성모병원, 인천성모병원, 성바오로병원, 부천성모병원, 의정부성모병원 5곳 병원에서 급성 염증성 담낭 질환으로 수술을 받아야 할 환자 200명을 대상으로 항생제 처방 전후를 조사했다.

교수팀은 이들은 각각 절반으로 나눠 100명에게는 수술 뒤 항생제를 투여했고 다른 그룹은 수술만 시행해 비교한 결과 이들 두 그룹에서의 수술 합병증과 수술 뒤 입원 기간에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 따르면 미열 같은 가벼운 합병증 발생은 항생제 처방군과 미처방군에서 각각 15.1%, 14.7% 나왔으며 입원 일수는 각각 3.5일, 3.2일로 나와 오히려 항생제를 처방하지 않은 그룹에서 합병증과 입원 일수가 적게 나왔다. 통계적으로는 큰 차이는 없었다.

급성염증성 담낭질환은 세계적으로 전체 병원 입원 환자의 3∼5%를 차지하는 흔한 질환이다. 주로 담석이 있거나 고령 환자에게 잘 생기며 심하면 복막염 또는 패혈증으로 이어져 사망할 수도 있다. 지난해 국내에서만 9000여 건의 수술이 시행됐다. 한 해에 9만여 건에 달하는 맹장염 수술도 마찬가지로 항생제 처방이 많은 만큼 이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김 교수는 “급성염증성담낭질환 시 흔히 시행하는 복강경 수술 등의 간단한 수술은 항생제의 일괄적인 사용이 필요하지 않고 항생제의 실질적인 효과도 없었다”면서 “항생제 오남용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내성 문제점을 고려했을 때 수술 뒤 항생제 사용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지금까지 수술 뒤 항생제 치료의 필요성 및 효과에 대한 연구는 거의 없었기 때문에 앞으로 이와 유사한 맹장염 수술 등의 치료에도 비슷하게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최근에 열린 대한외과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수백 편의 연구 논문 중에서 최우수 논문으로 뽑혔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항생제 처방#서울성모병원 홍태호-김은영 교수팀#항생제 사용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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