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9.77t 낚싯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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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낚싯배 전복]전체 낚싯배 85%… 지자체에 등록
유람선보다 탑승인원 50% 더 많아
구조상 전복사고에도 취약… 정부는 안전대책 마련 손놓아

이번에도 9.77t 낚시어선이었다. 실제로는 여객선처럼 많은 사람을 실어 나르지만 낮은 규제 기준을 적용받아 안전의 사각지대에 있는 대표적인 선박이다. 2015년 9월 제주 돌고래호 사고 이후 정부는 소형 낚시어선에 대한 안전규제를 강화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하지만 실제로는 관련 업계의 반발도 제대로 제어하지 못한 채 시간을 흘려보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3일 해양수산부 등에 따르면 낚시어선은 ‘어선법’에 따라 낚시인을 태우는 10t 미만 등록 어선이다. 낚시어선 중 85%가량은 9.77t 어선이다. 낚시어선은 지방자치단체에 등록만 하면 되지만 10t 이상이 되면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태울 수 있는 승객 인원도 더 제한을 받는다.

현 기준으로는 9.77t 어선은 선원을 포함해 최대 22명을 태울 수 있다. 다른 규제를 받는 유람선과 도선(나룻배)보다 탑승 허용인원이 50% 정도 더 많다. 이번에 사고가 난 선창1호도 유람선이나 도선에 해당하는 규제를 받았다면 승선 인원은 최대 14명 정도였다. 승객이 늘수록 선원은 안전관리에 소홀할 수밖에 없어 사고에 취약해진다. 또 유람선과 도선은 구명뗏목을 갖춰야 하지만 소형 낚시어선은 그럴 필요가 없다. 당국은 이번 사고 선박에서도 구명뗏목을 발견하지 못했다.

먼 거리로 이동하는 9.77t급 낚시어선은 물때를 맞추기 위해 빠르게 움직인다. 이를 위해 어창을 개조해 객실에 승객 등을 눕혀 이동하기 때문에 전복 사고에 취약하다. 이번 사고에서도 상당수 승객이 객실에 있다가 변을 당했다. 어민들이 생계형으로 꾸리는 소형 어선이다 보니 여객선에 비해 안전교육 및 점검도 소홀했다.

해양당국은 이 같은 문제점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나 대응은 느렸다. 해수부는 관련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해 용역 절차에 착수하고 관련 공청회를 열기도 했다. 그러나 이 소식을 들은 낚시인 2500명이 대규모 집회를 열며 관련법 개정에 반대하자 정부도 사실상 손을 놓아버렸다. 해수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반대 목소리가 많아 힘들었던 게 사실”이라며 “사고 재발을 막을 대책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낚시어선에 대한 정부 규제는 국제 표준에도 어긋난다. 해양안전관련 국제협약은 승객을 13명 이상 태우면 여객선으로 규정하고 그에 따른 규제를 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안전 문제에 있어서는 정부가 이익단체에 포획돼 양보하는 사례가 더 나와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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