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목 뱃길’서 대형 급유선이 덮쳤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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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영흥도 앞바다 낚싯배 전복→ 13명 숨지고 2명 실종… 7명 구조
급유선 선장 과실 인정, 긴급체포
폭 좁아 접촉 사고 자주 났던 해역… 어민들 민원에도 조치 안해 ‘人災’

좌현에 커다란 구멍 3일 오전 인천 옹진군 영흥도 남동쪽 해상에서 급유선에 들이받혀 전복된 낚싯배 
선창1호에서 사고 직후 고속단정을 타고 출동한 해양경찰이 구조활동을 벌이고 있다(위쪽 사진). 이 사고로 승객과 선장 등 22명 중 13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됐다. 바지선에 인양된 선창1호의 왼편 뒤쪽(아래쪽 사진 실선안)에 큰 구멍이 뚫려 있다. 해경이 내부 선체를 수색 중이다(아래쪽 
사진). 영흥도=홍진환 기자 jean@donga.com·옹진군 제공
좌현에 커다란 구멍 3일 오전 인천 옹진군 영흥도 남동쪽 해상에서 급유선에 들이받혀 전복된 낚싯배 선창1호에서 사고 직후 고속단정을 타고 출동한 해양경찰이 구조활동을 벌이고 있다(위쪽 사진). 이 사고로 승객과 선장 등 22명 중 13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됐다. 바지선에 인양된 선창1호의 왼편 뒤쪽(아래쪽 사진 실선안)에 큰 구멍이 뚫려 있다. 해경이 내부 선체를 수색 중이다(아래쪽 사진). 영흥도=홍진환 기자 jean@donga.com·옹진군 제공
인천 영흥도 앞바다에서 낚싯배가 대형 급유선에 들이받혔다. 낚싯배에 탄 22명 중 13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됐다. 생존자는 7명에 불과했다. 사고 해역은 폭이 매우 좁은 협수로(狹水路)로 평소 ‘위험 구간’으로 꼽히던 곳. 하지만 급유선은 칠흑 같은 바다를 달리며 주변을 제대로 살피지 않았다. 원인은 바다 위 ‘안전불감증’이었다.

해경에 따르면 사고는 3일 오전 6시 5분경 인천 옹진군 영흥도 진두항에서 남쪽으로 약 1.9km 떨어진 영흥수도에서 발생했다. 당시 인천해상안전교통센터(VTS)에 “영흥도 남쪽에서 급유선과 어선이 부딪혀 2명이 추락했다”는 내용의 교신이 감지됐다. 진두항에서 떠난 낚싯배 선창1호(9.77t급)가 인천항에서 출항한 급유선 명진15호(336t급)에 들이받힌 것이다. 두 선박은 모두 남쪽을 향해 운항 중이었다. 사고 신고는 오전 6시 9분 해경에 접수됐다.

명진15호가 앞서가던 선창1호의 왼쪽 뒷부분을 강하게 추돌하면서 낚싯배는 순식간에 뒤집혔다. 서모 씨(37) 등 7명은 주변 해역과 선내에서 구조됐다. 송모 씨(43) 등 13명은 구조됐으나 모두 숨졌다. 선장 오모 씨(70) 등 2명은 실종돼 밤늦게까지 수색 작업이 실시됐다.

명진15호 선장 전모 씨(37)는 해경 조사에서 “선창1호가 가까운 거리에서 같은 방향으로 운항하고 있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며 전방주시 의무 위반 등 과실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유족에게 사과의 뜻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해경은 전 씨와 명진15호 갑판원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사고 해역은 암초와 조수간만의 차로 선박이 다닐 수 있는 해로 폭이 좁은 편이다. 넓은 곳이 370m 정도이고 깊이도 10∼18m에 불과하다. 선창1호 크기의 낚싯배 3, 4척이 나란히 지날 정도다. 어민 A 씨는 “좁은 곳에 급유선과 어선이 동시에 다니면 사고가 날 수 있다며 민원도 넣었지만 아무 조치가 없었다. 뱃길이 좁고 낚싯배가 많아 사소한 접촉사고가 종종 발생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낚싯배 안전 강화에 손을 놓은 사이 사고가 반복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선창1호는 2015년 전복돼 18명이 숨지거나 실종된 제주 돌고래호와 같은 9.77t급이다. 당시 사고 후 정부는 10t 미만 소형 낚시어선의 안전규정을 여객선 수준으로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업계의 반발에 부닥쳐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인천=황금천 kchwang@donga.com / 영흥도=권기범 / 세종=김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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