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문학은 만들어지는게 아니라 탄생하는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4일 03시 00분


코멘트

소설가 이승우-日 평론가 와카마쓰 ‘21세기 문학’ 대담

이승우 소설가(오른쪽)와 와카마쓰 에이스케 문학평론가는 “문학이 시공간을 뛰어넘어 사람들의 마음에 닿을 수 있는 요소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
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이승우 소설가(오른쪽)와 와카마쓰 에이스케 문학평론가는 “문학이 시공간을 뛰어넘어 사람들의 마음에 닿을 수 있는 요소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 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문학이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는 요즘, 문학의 의미는 무엇이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이승우 소설가(58)와 일본의 유명 문학평론가 와카마쓰 에이스케 씨(49)가 최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이 작가는 2015년 강연회 참석을 위해 일본을 방문했다 와카마쓰 씨를 처음 만났다. 두 사람은 대화가 매우 잘 통하는 걸 느꼈고, 이후 매년 한 차례 대담을 나누고 있다. 대담집은 내년에 일본에서 출간될 예정이다. 이 작가의 작품 가운데 ‘식물들의 사생활’ ‘한낮의 시선’ ‘생의 이면’ ‘미궁에 대한 추측’ 등 4권이 일본에서 출간됐다.

이날 와카마쓰 씨는 일본어로 번역된 ‘한낮의 시선’을 손에 들고 있었다. 결핵에 걸린 ‘나’가 요양을 하던 중 잊고 있던 아버지를 떠올리며 아버지와의 관계를 되돌아보는 내용이다. 와카마쓰 씨는 “진정성을 담은 이야기가 마음속 깊숙이 들어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읽는 이 한 명 한 명에게 각각 다른 색깔로 다가가 의미가 더 깊어지고, 때로는 인생을 바꾸게 만드는 게 문학의 힘이라고 설명했다.

이 작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청소년기에 읽었던 세계문학전집이 내 인생관을 만들었다”며 “진정한 문학은 의도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태어나고 열매가 맺어지듯 작가 안에서 이야기가 영글고 흘러넘칠 때 비로소 ‘탄생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와카마쓰 씨는 “문학 작품을 읽는 건 살아 있는 생명을 읽는 것과 같다”고 맞장구를 쳤다.

이들은 문학 작품이 완성되는 시점은 작가가 집필을 마쳤을 때가 아니라, 독자에게 서서히 스며들 때라고 했다. 이 작가는 “제대로 된 독서는 의미를 창작하는 경험을 가능케 한다. 독자들이 사유하고 이미지를 떠올리는 수고로움을 하게 만드는 작품이 좋은 문학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경험을 한 독자들은 국경과 시간을 초월해 연결된다는 것. 와카마쓰 씨는 “릴케의 작품을 중심으로 이 작가와 나, 많은 이들이 문학적 공동체를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의미로 연결된 공동체는 서로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에 결국 문학은 사람들이 서로를 소외시키지 않는 역할도 한다고 분석했다.

이를 위해 이 작가는 “내 안의 어떤 것과 연결돼 하나의 사건을 만들어내는 경험처럼 다른 매체가 끼어들 수 없고, 문학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은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한국과 일본도 문학을 통해 연결되고 자주 교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와카마쓰 씨는 윤동주의 시를 언급하며 “일본의 어떤 고전문학을 읽었을 때보다 그리움의 감정을 강렬하게 느꼈다. 한국에서 정신적 고향을 발견한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이 작가는 “이처럼 자신의 감정을 헤아리다보면 타인의 감정도 섬세하게 관찰하고 이해할 수 있기에 문학을 통해 한국과 일본이 정신적으로 깊이 교감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이승우 소설가#와카마쓰 에이스케 문학평론가#식물들의 사생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