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보유국 인정하면 美와 협상”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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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ICBM 도발]김영남, 방북 러 대표단에 조건 밝혀
NPT 개정 필요 사안… 美, 수용 난망
러 대표단 “김정은 내년 방러 요청”

북한이 그동안 ‘협상 대상이 아니다’라던 핵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미국과 대화에 나설 의사를 밝혔다. ‘국가 핵무력 완성’ 선언 후 태세 전환을 시도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 대신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 인정을 대화의 선조건으로 내걸어 미국의 반응이 주목된다.

러시아 타스통신은 1일(현지 시간) 최근 북한을 방문한 러시아 하원의원 대표단의 방북 결과를 인용해 이렇게 보도했다. 의원들은 지난달 27일부터 4박 5일 동안 북한을 방문해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리수용 노동당 국제담당 부위원장 등을 만났다. 방북 대표단의 일원인 비탈리 파신 의원은 “김영남 위원장이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 테이블에 앉을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북측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성공으로 핵보유국이 되기 위한 목표를 달성했으며 이제 미국과 협상을 벌일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고 파신 의원은 덧붙였다.

북한은 지난달 29일 화성-15형 발사 당일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이어 이튿날 김영남이 러시아 의원들에게 대화 복귀 의지를 밝히며 북-미 대화를 위한 잰걸음에 나선 것이다.

▼ 北김영남 “제재에도 100년 더 살 수 있어” ▼

미국에 대화 메시지를 보낸 북한은 앞으로 구체적인 협상 의제, 조건 등과 관련해 이전보다 활발한 물밑 접촉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파신 의원은 “핵보유국 지위 인정이 평양의 유일한 대화 조건은 아니다”라고 밝혔다고 러시아 스푸트니크통신은 2일 전했다. 북한이 대화를 조건으로 ‘추가 청구서’까지 내밀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받아들이기 힘든 ‘핵보유국 인정’이라는 카드를 다시 강조해 추가 도발의 명분을 쌓고 핵 고도화를 완성할 시간 벌기에 나섰다는 분석도 있다.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 인정은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만을 보유국으로 인정하는 핵확산금지조약(NPT)을 개정해야 가능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천영우 전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은 “NPT 개정 말고도 북한의 핵 보유를 불법화한 유엔 안보리 결의를 모두 무효화하는 (새로운) 안보리 결의를 채택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이 2006년 10월 1차 핵실험 이후 ‘핵보유국 지위 인정’을 줄기차게 요구해온 만큼 이번 요구에 크게 무게를 두지 않아야 한다는 신중론도 있다. 특히 북한이 러시아 의원들을 통해 입장을 ‘흘린’ 만큼 화성-15형 발사 후 미국의 반응을 살피기 위한 ‘떠보기’라는 관측도 있다.

이런 까닭에 북한은 러시아 의원들에게 화성-15형의 위력을 강조하는 한편 대북 제재 무용론을 강하게 설파했다. 알렉세이 체파 하원 국제문제위원회 부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김영남)은 ‘제재하에서도 100년은 더 살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러시아 대표단은 내년 김정은의 러시아 방문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대표단 단장인 카즈베크 타이사예프 의원은 “북-러 수교 70주년인 내년에 북한 의회(최고인민회의)와 노동당 지도부의 러시아 방문을 요청했다”며 “노동당 당수는 바로 김정은 위원장”이라고 말했다.
 
황인찬 hic@donga.com·신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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