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만 ‘법인세 역주행’… 준조세 부담까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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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모두 “현행 22%보다 올려야”… 인상땐 최소 年 1조6000억 더 내
투자-일자리 창출 위축 우려… 한경연 “유효세율, 해외보다 높아”

미국 의회가 법인세를 대폭 내리는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일본 영국 프랑스 등의 인하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각국이 법인세율 인하를 통해 기업 경쟁력을 높이고 외국 기업 유치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유독 한국 국회만 법인세를 올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일(현지 시간) 미국 상원의 감세안 통과로 미국의 법인세 최고 세율은 현행 35%에서 20%로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한국 법인세율은 22%여서 한미 간 법인세 역전이 벌어지게 된다. 일본 정부는 내년도 세제 개편안에서 법인세의 실효세율을 현행 30%에서 25%까지 인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현행 33.3%인 법인세율은 임기인 5년 내 25%까지 단계적으로 내리겠다고 발표했다. 독일과 영국도 법인세를 낮췄거나 낮출 계획이다. 중국도 하이테크 기업의 법인세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여야 간 방법론의 차이는 있지만 법인세 인상 자체는 굳어진 분위기다. 여당 안은 ‘과세표준 2000억 원 초과’ 구간을 신설하고 이에 해당하는 기업은 기존보다 3%포인트 높은 25%의 최고세율을 적용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야당은 과세표준 구간은 그대로 두되 기존 200억 원 초과 구간에 대해 23%의 최고세율을 적용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8월 세법개정안을 발표할 당시 분석에 따르면 여당안을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129곳이 1년에 2조5599억 원을 추가로 부담하게 된다. 추가로 연구개발(R&D) 및 설비투자 세액공제 축소안까지 더해지면 대기업 세부담 증가분은 3조1099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야당안에 따르더라도 1100여 개 기업이 연 1조6000억 원의 법인세를 더 내게 된다는 게 한국경제연구원 등 재계의 주장이다.

각종 세액공제 제도가 없어지면서 유효세율은 이미 해외 국가보다 높은 수준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경연은 5년간(2012∼2016년) 유효법인세율을 분석한 결과 삼성전자는 20.1%로 애플의 17.2%, 대만 TSMC의 9.8%에 비해 높은 수준이고, LG화학도 같은 업종인 미국 다우케미칼(24.7%)과 독일 바스프(21.5%), 일본 도레이(22.9%)에 비해 법인세 부담이 높았다고 밝혔다. 한국 기업은 이미 법인세 외에 각종 법정부담금과 기부금, 성금 등 ‘준조세’를 많이 부담하고 있어 부담이 크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 기업의 준조세 부담이 한 해 20조 원으로 법인세의 절반에 육박한다는 분석도 있다. 유환익 한경연 정책본부장은 “법인세 인상은 기업의 국내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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