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아동→ 소득 상위10%는 제외… 여야 ‘선별복지’ 의견접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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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국회 쟁점 법안 뜯어보기]<3> 아동수당법

고소득 가정의 아동(25만3000명)은 ‘아동수당’을 받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아동수당은 만 0∼5세(최대 72개월) 자녀를 둔 모든 가정에 아동 1명당 월 10만 원씩 지급하는 제도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표적인 ‘보편적 복지’ 공약으로 부모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내년 7월 지급이 정부의 목표였다. 하지만 관련 예산과 법안의 국회 논의 과정에서 ‘선별적 복지’로 여야 간 의견이 좁혀졌다.

○ 5년간 연평균 2조7000억 필요

국회 여야 3당 원내대표는 2일 2018년 예산안 협상 과정에서 아동수당 지급 대상에서 소득 상위 10% 가정의 아동은 제외하는 안에 잠정 합의했다. 공무원 증원, 최저임금 인상 등 8개 주요 예산안 중 여야 간 절충점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아동수당은 선별적으로 지급해야 한다는 점에 여야가 어느 정도 동의한 셈이다.

다만 100% 확정은 아니다. 다른 쟁점에서 여야 간 절충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아동수당 합의안 역시 원점에서 재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아동수당 지급 대상을 양보했으면 야당도 양보를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 답답하다”고 밝혔다.

앞서 여야는 ‘아동수당법’을 놓고 찬반 공방을 벌였다.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가 ‘아동수당’ 제도를 8월 발표한 후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아동수당법’ 제정안을 9월 입법 예고했지만 국회에서 ‘지급 대상’을 두고 여야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이다.

아동수당법 제정안 취지나 제4조를 보면 ‘모든 6세 미만의 아동에게 아동수당을 지급한다’고만 돼 있다. 수급 조건에 보호자의 소득수준 등이 명시돼 있지 않다. 이에 자유한국당은 “금수저 아이에게까지 수당을 지급할 필요가 없다”며 “‘선별적 복지’를 하지 않으면 정책의 실효성이 없다. 부모 소득에 따라 차등 지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민주당은 “아동수당은 미래 세대에 대한 사회적 투자이자 모든 아동이 누려야 할 기본적 권리이므로 모든 아동에게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했다.

‘부자에게도 주느냐. 안 주느냐’는 싸움이 되면서 예산 문제가 대두됐다. 아동수당에는 5년간 연평균 2조7000억 원(총 13조4000억 원)이 필요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중 아동수당을 도입한 국가는 31개국이다. 이 중 20개국이 전 계층에 아동수당을 지급하고 11개국은 고소득층을 제외했다.

○ 내년 7월 지급, 불투명?

여야가 잠정 합의안대로 소득 상위 10%를 아동수당 수급자에서 제외한다면 전체 수급자 253만 명 중 상위 10%인 약 25만3000명이 월 10만 원을 못 받는다.

복지부에 따르면 아동수당 수급자 중 소득 상위 10%를 선별하려면 253만 영유아 가구의 소득인정액(소득과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해 합산)을 파악하는 등 선정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이 작업에도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들 것으로 보인다. 정부 목표인 7월 지급이 쉽지 않은 이유다.

수급자와 탈락자 간에 발생하는 소득 역전을 막는 방안이 도입될 가능성이 크다. 만 65세 이상 노인에게 주는 기초연금의 경우 수급 조건(소득 하위 70% 이하)에 간신히 부합된 노인이 오히려 소득 하위 70.1%로 아깝게 탈락한 노인보다 소득이 높아지는 ‘역전현상’이 생겼다. 이에 선정기준 경계에 있는 노인에게는 소득역전방지 감액 제도를 적용 중이다. 복지부 유주헌 아동복지정책과장은 “소득 상위층을 제외하면 정작 아이를 키우는 맞벌이 가구가 제외돼 아동수당 취지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3일 성명서를 통해 “선별적으로 아동수당을 지급하면 원칙을 훼손할 뿐 아니라 납세자와 수혜자의 분리로 사회 통합이 저해된다”고 주장했다. 학부모 사이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3세와 5세 자녀를 키우는 김모 씨(서울 영등포구)는 “내심 내년 7월을 기대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4세 자녀를 둔 최모 씨(서울 마포구)는 “10만 원 준다고 애를 더 낳거나 육아비용이 크게 절감되진 않는다”며 “아이돌봄 지원을 확충해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의견이 엇갈린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김인경 연구위원은 “지원이 필요한 아동을 선별해 복지 서비스를 주는 것이 아동 권익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고제이 부연구위원은 “아동이 ‘누구의 아이’인지를 따지기 전에 아동의 보편적 권리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동수당 정책”이라며 “모든 아동에게 수당을 지급한 후 차후 고소득층은 세금을 더 내게 해 사회에 환원시키면 된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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