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야근중 숨진 경찰, 순직 아니라니…”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4일 03시 00분


코멘트

포항 죽도파출소 30대 경장, 피의자와 심한 몸싸움 뒤 쓰러져
경찰, 과로인정 1계급 특진 추서… 연금공단은 “死因 불분명” 불승인
동료경찰들 “수용 못해” 탄원 추진

야간근무 도중 의식을 잃고 숨진 경찰관이 사망 원인이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순직 인정을 받지 못할 상황에 처했다. 동료 경찰관들은 순직을 인정해 달라며 대대적인 탄원 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3일 경북 포항북부경찰서에 따르면 공무원연금공단은 죽도파출소 최모 경장(30)의 유족에게 “최 경장의 사망과 공무 사이에 직접적 인과관계를 찾지 못했다”며 지난달 20일 순직 불승인 결정을 통보했다.

최 경장은 9월 26일 오전 3시 16분경 파출소 2층 숙직실에서 대기 근무를 서다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그는 전날 오후 6시 반부터 철야 근무를 하고 있었다. 사망 당일 최 경장은 10차례 각종 신고를 받아 4차례 현장에 출동하는 등 격무에 시달렸다. 죽도파출소는 포항 지역에서도 치안 수요가 가장 많은 곳이다.


특히 사망 직전 마지막 출동 때는 폭행 사건 피의자를 체포해 연행하면서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한다. 최 경장은 심한 욕설과 발길질을 하며 저항하는 피의자를 제압하느라 몸싸움을 벌여야 했다. 문제의 피의자는 파출소에서도 연신 침을 뱉는 등 난동을 피웠다. 함께 출동했던 채유훈 경위(47)는 “최 경장이 한 시간 넘게 피의자와 실랑이를 벌이느라 매우 지쳐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최 경장이 과로와 근무 스트레스로 사망했다고 보고 1계급 특진을 추서하고 공로장도 헌정했다.

하지만 공단은 최 경장의 순직을 인정하지 않았다. 부검 결과 정확한 사인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과로와 스트레스가 원인이라면 급성 심근경색이나 뇌출혈 등의 증세가 나타나는데 최 경장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포항북부경찰서 동료들은 “공단의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며 전국 경찰관을 상대로 순직 인정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동료 전희영 순경(31·여)은 “밤새 근무하다 사망해도 사인이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순직 인정을 못한다니 좌절감이 크다”고 말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복무 중 숨진 경찰관은 총 438명이다. 이 중 순직으로 인정을 받은 사람은 79명으로 전체 사망자의 18%에 불과하다.

포항=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경찰#순직#야간근무#포항#공무원연금공단#사망#탄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