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여성도 평생 2명도 안 낳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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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CIA, 올해 합계출산율 발표… 北 젊은층, 고난 겪은 ‘장마당 세대’
어릴적 트라우마에 출산 꺼려… 합계출산율 1.95로 2명 처음 깨져
한국 1.26명… 224개국중 219위

“둘만 낳아 잘 기르시라요.”

몇 해 전 탈북한 A 씨(36)가 ‘결혼을 앞둔 북한 청년들이 주위에서 가장 많이 듣는 조언’이라고 꼽은 말이다. 40년 전 한국 정부가 내건 표어와 판박이다. 북한 노동당이 대놓고 산아 억제 정책을 펴지는 않지만, 열악한 보건의료 및 경제 현실 탓에 실제 가임기 부부 사이에선 “아이를 적게 낳자”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는 뜻이다.

이처럼 남북한은 젊은 부부가 평생 자녀를 2명도 낳지 않는 ‘저출산의 덫’에 나란히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최근 발간한 ‘월드팩트북’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은 1.26명으로 추산됐다. 조사 대상 224개국 중 219위다. 한국보다 출산율이 낮은 6곳 중 대만(1.13명)을 제외한 싱가포르(0.83명), 마카오(0.95명), 홍콩(1.1명), 푸에르토리코(1.22명) 등 5곳은 전부 인구가 1000만 명도 되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이 사실상 전 세계 꼴찌나 다름없다. 미국 1.87명, 중국 1.6명, 일본 1.41명 등이었다.

특이한 점은 북한의 합계출산율이 1.95명이라는 사실이다. 2명 선이 깨졌다. 유엔이 2015년 내놓은 ‘세계 인구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합계출산율은 1980년 2.8명, 1990년 2.25명, 2010년 2명 등으로 점차 낮아졌지만 2명 선을 유지해왔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북한과 똑같이 1700달러(약 185만 원)인 아프리카 남수단(5.07명), 시에라리온(4.73명), 기니비사우(4.09명), 감비아(3.52명) 등이 전부 합계출산율 3명 이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북한 인구는 현재 2501만 명에서 2037년 2653만 명으로 늘었다가 2055년 2600만 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한국은 2031년 5296만 명으로 정점을 찍고 2055년 4743만 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2055년 합계출산율은 한국 1.38명, 북한 1.95명으로 추산됐다.

전문가들은 현재 북한의 가임기 남녀가 어릴 적 ‘고난의 행군’을 겪은 이른바 ‘장마당(시장의 북한말) 세대’라는 점을 원인으로 꼽았다. 1990년대 중반 영유아 예방접종 등 보건의료 체계가 무너지자 영아사망률(출생아 1000명당 0세 사망자 수)이 1985년 27.4명에서 1990년 42.1명, 1995년 57.8명으로 치솟았다. 2000년대 초 한국과의 보건의료 협력이 늘면서 영아사망률이 20명 안팎으로 줄긴 했지만, 젊은 세대는 자녀를 여러 명 낳기 두려워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탈북자 B 씨(42)는 “북한 지도층은 자녀에게 과외 등 사교육을 시키기 위해, 하층민은 어려운 형편 탓에 아이를 덜 낳게 됐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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