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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침팬지, 숫자 기억서 인간에 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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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침팬지, 숫자 기억서 인간에 완승

장원재 특파원 입력 2017-12-04 03:00수정 2017-12-0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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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대 영장류연구소, 기자와 대결… 단 0.5초간 본 숫자 정확히 기억
100차례 테스트 정답률 80% 넘어… 바나나 향 사료 상으로 받아
암기 천재 침팬지 11월 29일 일본 교토대 영장류연구소에서 수컷 침팬지 아유무가 숫자 기억력 테스트를 하고 있다. 이 연구소는 10년 전 침팬지의 순간 기억력이 인간을 능가한다는 사실을 밝혀내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이누야마=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숫자를 잘 기억해 보세요.”(연구원)

지난달 29일 일본 중부 아이치(愛知)현 이누야마(犬山)시에 위치한 교토대 영장류연구소 모니터에 다섯 개의 숫자가 떴다. 숫자들은 잠시 보였다가 이내 흰 정사각형들로 변했다. 17세 침팬지 아유무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정사각형을 하나씩 짚었다. 2, 3, 6, 8, 9.

숫자를 힐끗 본 시간은 불과 0.5초. 정확하게 기억해 낮은 숫자부터 하나씩 화면을 터치하자 지켜보던 기자들 사이에서 탄성이 터졌다. 과제를 정확히 수행하자 바나나 향이 나는 사료가 상으로 주어졌다. 안내하던 연구소 관계자는 “낯선 사람이 많아 다소 긴장했다. 컨디션이 좋을 때는 숫자 10개도 순식간에 기억해 낸다”고 설명했다.

주요 선진국 중 유일하게 영장류가 서식하는 일본은 영장류 연구에 있어 독자적인 연구 성과를 내 왔다. 그 중심에는 올해 설립 50주년을 맞은 교토대 영장류연구소가 있다. 현재 13종 1200마리의 영장류를 보유하고 있다. 멸종위기종인 침팬지를 12마리나 보유한 대학은 세계적으로도 이곳밖에 없다고 한다.

연구소 간판스타 마쓰자와 데쓰로(松澤哲郞) 특별교수는 1977년부터 40년 동안 아프리카 기니와 일본을 오가며 침팬지의 인지 능력과 기억력을 연구하는 ‘아이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그는 침팬지에게 숫자, 색깔, 언어, 가위바위보를 가르쳤다. 그러던 중 침팬지의 뛰어난 순간 기억력을 발견해 학계를 놀라게 했다. 마쓰자와 교수는 “우리는 처음으로 침팬지가 일부 지적 영역에서 인간을 능가한다는 걸 발견했다”고 말했다.

이날 포린프레스센터 프레스투어에 참석한 외신 기자들이 몇 번이나 도전했지만 아유무는 더 빠르고 정확하게 숫자 배열을 기억해 냈다. 매번 위치를 바꾸며 100번을 되풀이했는데 정답률이 80%가 넘었다. 마쓰자와 교수는 “순간 기억력에 한해서는 어떤 인간도 침팬지를 이길 수 없다”고 단언했다.

이날 기자들을 놀라게 한 아유무는 8세 때 세계 기억력 챔피언인 벤 프리드모어를 이긴 기억력의 천재다. 지난달에는 어머니인 아이와 함께 1∼9까지의 숫자를 번갈아가면서 순서대로 터치해 협업 능력이 인간의 전유물이 아님을 증명했다. 연구소의 침팬지는 3개의 대형 시설에 거주하는데 원할 때 자유롭게 와서 테스트에 참가하고 사료를 받아가는 식으로 학습이 진행된다.


현재 연구소에서는 인지과학, 심리학, 언어학, 신경학, 사회학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분자생물학 전공인 이마이 히로(今井啓雄) 교수는 나무껍질을 먹는 일본원숭이의 미각 세포를 분석해 겨울철 생존을 위해 쓴맛을 덜 느끼는 방향으로 진화했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마이 교수는 기자에게 “일본 최남단 오키나와(沖繩)에는 야생 원숭이가 없다. 반면 한반도에서 원숭이 화석이 발견된 것을 보면 일본 원숭이는 한반도를 거쳐 열도에 정착한 후 추위에 적응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유모토 다카카즈(湯本貴和) 연구소장은 “연구소를 설립한 이마니시 긴지(今西錦司) 교수는 1953년 고지마(幸島)의 야생 원숭이 사이에 고구마를 바닷물에 씻어 먹는 문화가 있다는 걸 발견해 ‘문화는 인간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던 학계에 충격을 줬다”며 “인간과 유사한 영장류 연구를 통해 인간의 기원과 본질에 대한 이해를 심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누야마=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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