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법인세 파격 인하案 美의회 통과… 우리는 역주행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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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상원이 2일(현지 시간) 법인세를 현재 35%에서 20%로 낮추는 파격적인 감세안을 통과시켰다. 향후 10년 동안 1조5000억 달러(약 1635조 원)의 세금을 깎아주는 것으로 31년 만에 가장 큰 감세조치다. 법인세를 내려 기업투자를 살리고 외국기업을 유치해 미국인들에게 일자리를 안겨주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위대한 미국’ 재건 계획의 일환이다.

반면 우리는 과세표준 2000억 원 초과 대기업에 대해 법인세를 현행 22%에서 25%로 3%포인트 인상하겠다는 정부 여당의 세법개정안이 내년도 예산안과 함께 법정처리기한(2일)을 넘겼다. 정부 여당의 법인세 인상안이 통과되면 미국 법인세가 한국보다 5%포인트 낮아지는 역전 현상이 벌어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법인세율은 2000년 30.2%에서 지금은 22.5%로 떨어졌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OECD 35개국 중 법인세를 내리거나 동결한 나라가 29개국이다. 일자리가 외국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고 기업투자를 늘리려고 세계는 법인세 인하에 팔을 걷어붙이는데 우리는 역주행이다.

OECD 회원국 평균과 한국 법인세가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한국 기업들은 법인세 부담 외에 정부의 각종 정책사업을 지원하고 각종 기부 등 다양한 준조세 성격의 부담까지 지고 있다. 한국에 들어와서 사업하는 외국기업에 비하면 역차별을 받는 셈이다. 여기에 법인세를 3%포인트 인상할 경우 129개 기업이 추가 부담할 세금이 2조5599억 원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500억 원 초과 기업의 법인세를 3%포인트 인상하면 기업투자는 6조3000억∼7조7000억 원 줄고, 일자리도 5만2000∼6만4000개 사라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법인세를 올리면 단기적으로는 세수가 늘지만 중장기로 보면 기업투자가 위축돼 성장률이 떨어지고 소비가 감소하면서 결국 세수가 감소한다. 지금 같은 경기 침체기엔 법인세를 내려야 투자가 늘어 일자리도 생길 수 있다.

미국의 법인세 인하는 글로벌 자본의 이동에도 방아쇠를 당길 것이다. 수출 대기업들은 세금이 낮은 해외로 눈 돌리려 할 수밖에 없다. 치열한 글로벌 비즈니스 전쟁터에서 우리 기업들은 안으로는 세금부담과 각종 규제에, 밖에선 통상압박으로 지금 사면초가다.
#미국 법인세 인하#도널드 트럼프#위대한 미국#한국 법인세 역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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