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안전기준 강화 늑장부리다 맞은 영흥도 낚싯배 참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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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전 6시 9분경 인천 영흥도 앞바다에서 9.77t짜리 낚싯배를 336t의 급유선이 추돌해 승선자 22명 중 15명이 사망 또는 실종됐다. 사고 당시 풍속은 8∼12m, 파고는 1.5m로 바닷바람이 거셌거나 파고가 크게 높았던 것은 아니다. 시계(視界) 역시 1해리(1852m)였던 점을 감안하면 악천후가 원인은 아닌 듯하다. 사고가 난 지점은 폭 370m의 좁은 영흥수도(水道)로 10t급 낚싯배 3, 4척이 겨우 지나다닐 정도였다고 한다. 그런데도 낚싯배들의 과속과 대형 급유선의 통행으로 늘 사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최근 낚시 동호인이 급증하고 전국 낚싯배도 4300여 척으로 크게 늘면서 바다낚시 어선 사고도 매년 급증하고 있다. 2014년 86건에 불과했던 사고는 지난해 208건으로 늘었다. 가장 큰 원인은 낚싯배에 대한 안전 규정이 허술하기 때문이다. 낚싯배는 여객선과 똑같이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영업하지만 안전기준은 느슨하다. 이번에 사고가 난 낚싯배 역시 승선 인원이 유람선 또는 도선 기준 14명이 아닌 낚시 어선 기준 22명이었다.

정부는 2015년 9월 18명이 사망·실종된 추자도 낚싯배 사고 이후 낚싯배의 안전 규정을 여객선 수준으로 강화하려고 했다. 하지만 낚싯배 선주들의 이익단체인 전국낚시어선협회의 강력한 반발과 지역 소득 감소를 우려한 일부 지방자치단체장의 반대로 무산됐다. 규제도 경제 규제와 안전 규제는 성격이 다르다. 경제 규제는 풀어야 하지만 안전 규제는 강화하는 것이 선진국이다.

9.77t 이하 낚싯배는 지자체에 신고만 하면 영업을 허용하는 법 규정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런 배는 조금만 바람이 불고 파도가 쳐도 안정성이 떨어진다. 5년마다 선박안전기술공단의 검사를 거쳐 어선검사증만 제출하면 안전교육 이수나 주요 장비 점검을 선주에게 자율로 맡기는 것도 문제다. 안전 규정을 강화하면 비용이 늘게 되는 선주들의 반발도 커질 것이다. 그렇다고 터졌다 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지기 쉬운 낚싯배 사고를 계속 방치할 수는 없다.
#인천 영흥도 낚싯배 참사#낚싯배 안전 규정#낚시 동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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