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성희]美 언론계 강타한 ‘미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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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은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미드다. 숨 가쁘게 돌아가는 뉴스의 세계, 위트 있는 대사, 예측 불허의 결말. 1편에서 ACN방송국 간판앵커 윌 매커보이가 대학생 청중 앞에서 “미국은 더 이상 위대한 나라가 아니다”라고 말하는 대목은 미드를 통틀어 최고 명장면이라고 생각한다. 드라마가 보여주듯 미디어 시대에 뉴스 앵커가 갖는 사회적 위상은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크다.

▷여배우들에 대한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의 상습적 성폭력이 폭로된 것을 계기로 시작된 ‘나도 당했다(#MeToo)’ 캠페인 여파가 언론계를 강타하고 있다. 시작은 스웨덴. 인기 방송진행자인 마르틴 티멜이 여성 진행자의 몸을 만지고 성희롱 발언을 일삼았다는 이유로 최근 해고됐다. 양성평등 모범국가인 스웨덴에서 일어난 스캔들이어서 세계가 놀랐다. 이어 미국에서 NBC 아침 뉴스쇼 ‘투데이’를 20년 넘게 진행해 온 간판 앵커 맷 라워가 여성 직원들에게 성관계를 요구한 전력으로 지난달 29일 쫓겨났다. 같은 날 미국 공영라디오 NPR의 데이비드 스위니 보도국장과 지역방송인 미네소타공영라디오(MPR)의 유명 진행자 개리슨 킬러도 성추행 혐의로 해고됐다.

▷많은 이들이 스타 저널리스트의 겉 다르고 속 다른 행동이 실망스럽다고 말하고 있지만 ‘미투’ 캠페인이 마녀사냥을 연상케 한다고 비판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특히 한때 잘못된 행동으로 한순간에 지위와 명예를 잃은 라워에 대한 동정론도 있다. 성추행 혐의로 자사 기자에 대한 직무정지 결정을 내린 뉴욕타임스가 “그렇게 오랫동안 그렇게 막강한 지위를 누렸던 인물이라면 많은 여자들이 자발적으로 그에게 안겼을 것”이라는 시민 반응을 보도한 것이 흥미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점은 여성들이 반란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만약 한 여성이 자신의 삶에 대해 진실을 털어놓는다면 세상은 터져버릴 것이다”라는 뮤리얼 루카이저의 말대로 여성의 폭로가 이어지면서 권력을 가진 남자들이 추락하고 있다. 세상이 변했다고 탓하기에 앞서 자신들 때문에 피해를 당한 여성의 입장을 역지사지(易地思之)해 봐야 할 것이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뉴스룸#미투#met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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