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관료주의 장벽’에 갇혀버린 규제혁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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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국무총리는 어제 ‘제2차 규제혁파를 위한 현장대화’에 참석해 “대한민국 경제가 몇 개의 장벽에 갇혀버린 형국”이라며 “그걸 뛰어넘어 계속 발전할 것이냐 여부는 혁신에 성공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혁신에 성공할 것이냐의 여부는 규제를 얼마나 없앨 것이냐에 달려 있다”며 “규제 혁파가 한국 경제의 미래가 걸린 가장 치명적인 문제”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혁신성장 전략회의에서 규제개혁을 촉구한 것의 연장선이다.

이 총리는 ‘과거의 법이 신산업과 미래형 기술을 규제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역대 정부가 “행정 편의주의와 보신주의 같은 관료주의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해 규제 완화에 실패했다고 질타했다. 최근 차량공유서비스업체 풀러스가 서비스를 24시간으로 확대하자 출퇴근시간에만 일반 승용차의 유료영업을 허용하는 현행법을 위반했다며 서울시로부터 고발당한 것이 관료주의에 발목 잡힌 대표적 사례다.

어제 열린 4차산업혁명위원회 제2차 회의에서는 맞춤형 정밀진단·치료, 스마트시티 구현, 자율운항 선박 도입 등이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혁신 프로젝트의 추진과제들로 열거됐다. 정부가 이런 과제를 앞장서 수행하면 민간 투자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는 발상이다. 하지만 정부가 4차산업혁명의 혁신과제를 정하겠다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정부가 주도하다 보면 공무원들의 인가 도장을 받아야 굴러가는 구태가 반복될 것이다. 이 총리의 말대로 과거의 관료주의와 미래의 융합은 기대할 수 없다.

정부가 사업을 먼저 허용하고 나중에 규제하는 ‘포괄적 네거티브’와 특정 환경에서는 규제를 풀어버리는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하겠다는 것 자체는 맞는 방향이다. 하지만 현행 법률 1373개 중 규제를 담고 있는 868개를 그대로 두는 등 과거의 틀을 깨지 않는 한 진정한 규제혁파는 요원하다.
#이낙연 국무총리#관료주의 장벽#제2차 규제혁파#포괄적 네거티브#규제 샌드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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