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째 검찰 포토라인 선 우병우 “이게 숙명이라면 받아들이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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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저 눈빛’ 대신 한숨 쉬며 답변
이석수 등 불법사찰 지시 혐의… 검찰, 세번째 영장 청구 검토
최윤수 前국정원 2차장 영장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29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면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29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면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지난 1년 사이에 포토라인에 네 번째 섰습니다. 이게 숙명이라면 받아들이고 또 헤쳐 나가는 것도 제 몫이라 생각합니다.”

29일 오전 9시 52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 앞 포토라인.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50)은 심경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긴 한숨을 내쉬며 작은 목소리로 이렇게 답했다.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표정은 오랜 수사로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지난해 11월 6일 첫 검찰 출석 때 같은 자리에서 ‘가족 회사를 통한 횡령을 인정하느냐’고 묻는 기자를 노려봤던 ‘레이저 눈빛’은 찾아볼 수 없었다.

우 전 수석은 ‘불법사찰을 지시하고 비선 보고를 받은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검찰 조사에서 충분히 밝히겠다”며 입을 다물었다. ‘민정수석이 국가정보원을 이용해 특정인을 사찰하는 건 정당한 직무행위냐’는 질문에는 대답을 하지 않은 채 굳은 표정으로 조사실로 향했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은 이날 우 전 수석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우 전 수석은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54)을 비롯해 이광구 우리은행장(60), 김진선 전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장(71) 등 공직자와 민간인에 대한 사찰을 국정원에 지시하고 이를 추명호 전 국정원 국장(구속)을 통해 ‘비선 보고’ 받은 혐의(국정원법 위반 등)를 받고 있다. 추 전 국장은 검찰 조사에서 “이 전 감찰관 등에 대한 사찰 결과를 우 전 수석에게 보고했다”고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날 추 전 국장의 직속 상사인 최윤수 전 국정원 2차장(50)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최 전 차장은 추 전 국장이 불법 수집한 정보를 보고받고 우 전 수석에게도 보고하도록 승인한 혐의(국정원법 위반 등)다.

우 전 수석은 검찰에서 이 전 감찰관 불법사찰 지시 등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우 전 수석에 대해 다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우 전 수석은 국정 농단 사건에 연루됐던 박근혜 정부의 실세들 가운데 유일하게 불구속 상태다. 수사팀은 우 전 수석의 혐의가 상당 부분 입증됐다며 구속영장이 발부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올 2월 우 전 수석에 대해 △특별감찰관실 감찰 방해(특별감찰관법 위반)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 등에 대한 부당한 감찰(직권남용)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의 국정 농단을 묵인·방조한 혐의(직무유기)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기각 당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도 4월 초 특검이 수사한 혐의 외에 최 씨가 이권을 챙기려고 추진한 K스포츠클럽 사업과 관련해 우 전 수석이 민정수석실을 동원해 대한체육회를 감찰하려 한 혐의(직권남용)를 추가해 우 전 수석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법원은 “범죄 성립 여부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다”며 또다시 기각했다.

김윤수 기자 ys@donga.com

●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수사 일지

▲ 2016년 11월 6일 검찰 특별수사팀, 우병우 전 민정수석 1차 소환
→우 전 수석 아들 의경 보직 특혜, 가족회사 ‘정강’ 횡령 혐의 등 조사

▲ 2017년 2월 18일 박영수 특별검사팀, 2차 소환
→최순실 씨 국정농단 방조·묵인 혐의 등

▲ 2월 19일 특검, 구속영장 청구

▲ 2월 22일 법원, 구속영장 기각

▲ 4월 6일 검찰 특별수사본부, 3차 소환
→국정농단 방조·묵인, 문화체육관광부 등 ‘찍어내기’식 감찰 혐의

▲ 4월 9일 검찰 특수본, 구속영장 청구

▲ 4월 12일 법원, 구속영장 기각


▲ 11월 29일 검찰 국가정보원 수사팀, 4차 소환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 불법사찰 지시 의혹 등
#검찰#우병우#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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