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J 헌팅 찍지 마” 뿔난 강남역 상인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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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방송 인터넷 생중계 인기 끌자 주말 밤마다 BJ 수십명 활개
여성들 “나도 모르게 찍힐까 걱정”
상인회 “손님 줄어들라” 직접 단속

남성 BJ(가운데)가 서울 강남역에서 길 가던 여성에게 말을 걸고 있다. 최근 젊은이가 많이 찾는 번화가를 무대로 이른바 거리방송을 생중계하는 사례가 늘면서 상인들과 마찰까지 빚고 있다. 유튜브 화면 캡처
남성 BJ(가운데)가 서울 강남역에서 길 가던 여성에게 말을 걸고 있다. 최근 젊은이가 많이 찾는 번화가를 무대로 이른바 거리방송을 생중계하는 사례가 늘면서 상인들과 마찰까지 빚고 있다. 유튜브 화면 캡처
“그놈이 떴다!”

얼마 전 서울 강남역 부근 선술집에서 스마트폰을 유심히 보던 주인 A 씨 눈에 한 남성이 포착됐다. 선술집 근처로 보이는 길거리에서 한 남성이 지나가는 여성의 팔을 잡고 말을 붙이는 동영상이었다. 젊은 여성을 상대로 이른바 ‘헌팅 방송’을 하는 것으로 유명한 인터넷방송 진행자(BJ)였다. A 씨는 현장으로 달려가 BJ에게 “촬영하지 말라”며 제지했다.

A 씨를 비롯해 강남역 일대 상인들은 ‘BJ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야외에서 모르는 여성을 쫓아다니는 것을 생중계하는 개인인터넷방송이 민폐를 일으키자 상인회 차원에서 ‘BJ 개인방송 금지령’을 내렸다. 주로 30, 40대 젊은 자영업자로 구성된 강남 상인회는 지난달 초부터 과도한 야외 헌팅 장면을 생방송하는 BJ들을 나서서 막고 있다.


상인회는 악명 높은 BJ들의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실시간으로 감시한다. BJ가 자주 나타나는 술집을 돌며 ‘특정 BJ는 손님으로 받지 말라’고도 설득한다. 상인들이 BJ 활동을 막을 법적 권한은 없다. 하지만 불황에 손님이 더 줄어들 것으로 우려되자 힘을 모았다. 상인회 관계자는 “번화가는 여성 손님이 많아야 호황인데 무분별한 BJ 탓에 젊은 여성들이 강남역 거리를 기피하는 분위기가 커졌다”며 “주말 밤마다 야외방송 BJ가 많게는 20명 정도 길거리에서 활개 치는 바람에 피해가 컸다. 상권에 해를 입히는 BJ에게는 민사소송을 내겠다며 대응한다”고 말했다.

가게 안까지 들어와 무차별로 찍어대는 BJ들에게 질린 상인들은 대체로 환영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치킨집 사장은 “단골이던 여성 레이싱모델들이 BJ들을 보고 ‘다시는 강남역에 안 오겠다’며 나간 적도 있다. BJ가 여성 손님에게 심하게 따라붙자 경찰까지 출동한 것도 여러 번 봤다”고 말했다.

아프리카TV 같은 개인인터넷방송 플랫폼에서 생중계되는 ‘헌팅 방송’은 BJ가 여성을 아무나 붙잡고 즉석 인터뷰를 ‘강제’하는 방식이다. 여성들은 클럽에 가거나 누군가와 술 마시는 모습 등 사생활이 그대로 생중계된다. 이렇게 방송된 영상은 BJ가 운영하는 유튜브 개인 채널에서 아무 때나 노출된다. 순식간에 주변을 지나간 카메라가 어떤 BJ 것인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자신의 동영상이 어디를 떠도는지조차 모른다. 아프리카TV 관계자는 “시청자가 이의를 제기하면 해당 BJ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한다”고 해명했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bj#헌팅#강남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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