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교과서 참여자 문책인사 없을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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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욱 신임 한국학중앙연구원장
“일부 개인 소신활동 책임 안물어… 한국학 진흥 본연의 역할에 집중… 한글문화유산 DB화 사업 착수”

안병욱 신임 한국학중앙연구원장은 “불교, 유교, 기독교 등 세계 3대 문
명이 모두 축적돼있는 독특한 한국만의 자산이 학문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제공
안병욱 신임 한국학중앙연구원장은 “불교, 유교, 기독교 등 세계 3대 문 명이 모두 축적돼있는 독특한 한국만의 자산이 학문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제공
“이전 정부의 국정 역사교과서에 참여한 것은 일부 개인의 판단이었다. 각자 소신에 따른 활동이므로 인위적인 인사나 조직 개편은 하지 않겠다.”

안병욱 신임 한국학중앙연구원장은 28일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같이 말했다. 14일 임기를 시작한 안 원장은 가톨릭대 명예교수와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낸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진보 사학자다. 2015년 10월 원로 사학자 22명과 함께 박근혜 정부의 국정 교과서에 반대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교육부 산하 학술연구기관인 한중연은 이기동 전임 원장이 박근혜 정부의 국정 교과서 편찬심의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논란을 겪었기 때문에 안 원장 취임 후 대폭적인 조직 변화가 있을 것이란 예상이 나왔었다.

하지만 이날 안 원장은 “한중연이 조직적으로 개입한 것이 아닌 일부 구성원의 문제였다”며 “한국학 진흥이라는 본연의 역할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정권의 코드에 맞는 연구를 진행하는 이른바 ‘화이트 리스트’를 철폐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한중연은 박근혜 정부 시기인 2013년 ‘한국적 가치의 재정립’이란 사업을 진행하며 보수적인 학자들에게 연구 위탁을 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안 원장은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지난 정부에서 화이트 리스트 의혹을 가질 만한 연구가 있었다”며 “앞으론 학문적인 판단으로만 연구를 진행해 이 같은 논란이 일절 생기지 않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중연은 1978년 문을 연 한국정신문화연구원의 전통을 이어받아 2005년부터 현재의 체제로 개편돼 운영 중이다. 그동안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편찬 등 한국학 진흥 단체의 역할을 했지만 다른 연구기관과의 차별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안 원장은 “철강이 산업의 쌀인 것처럼 한국학 연구를 위해선 한중연이 보유한 고문헌 등 다양한 연구 자료가 한국학의 토대가 될 수 있다”며 “여타 한국학 연구기관을 지원하는 역할에 조직의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한중연 안에 있는 장서각 소장 한글기록문화유산의 복원과 데이터베이스(DB)화 사업에 새로 착수할 계획이다. 장서각에는 고문헌 17만여 책이 보관돼 있다. 특히 한문 자료뿐 아니라 동의보감 언해본, 한글 소설 ‘완월회맹연’ 등 희귀 한글 자료 5000여 건을 보유하고 있다. 매년 3억 원가량의 예산을 투입해 한글기록유산의 해제 및 연구 등을 공개할 방침이다. 또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의 개정증보 사업도 새로 진행한다. 국내외 연구자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모바일과 웹, 영문 사전 서비스 등을 구축할 예정이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안병욱 신임 한국학중앙연구원장#국정교과서#한글문화유산 db화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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