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가베 떠나도… 멀고 먼 짐바브웨의 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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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정부, 무가베 생일 공휴일 지정… 불기소 면책에 100억대 위로금까지
군부 등에 업고 독재 이어질 가능성

짐바브웨 과도정부가 독재자 로버트 무가베 전 대통령(93·사진)의 생일을 국가 공휴일로 지정했다. 물러난 무가베 전 대통령은 퇴진 협상 과정에서 수백억 원에 이르는 위로금까지 챙긴 것으로 알려져 새 지도부가 독재 정권을 계승하려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27일 현지 일간 짐바브웨메일의 보도에 따르면 짐바브웨 새 지도부는 무가베 전 대통령의 생일인 2월 21일을 ‘로버트 무가베 국립 청소년의 날’로 지정하는 안을 통과시켰다. 에머슨 음낭가과 신임 대통령(75)은 24일 공식 취임한 직후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음낭가과 대통령은 취임 연설에서 “개인적으로 무가베 전 대통령은 나의 아버지, 멘토, 동지, 지도자”라며 “짐바브웨의 창시자이자 지도자의 한 명으로 존경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불명예 퇴진이라고 볼 수 없는 거액의 퇴직금도 논란이 됐다. 현지 언론과 외신들은 무가베 전 대통령이 불기소 면책과 재산권은 물론이고 1000만 달러(약 109억 원)에 이르는 ‘위로금’을 챙겼다고 보도했다. 그는 일시금으로 500만 달러를 받고 죽을 때까지 매년 15만 달러를 연금으로 지급받는다. 그가 사망할 경우 쿠데타의 원인이 된 그레이스 무가베 여사(52)가 연금의 절반을 받는다.

그레이스 여사는 수도 하라레 인근 지역에 로버트 무가베의 이름을 딴 대학을 세우는 일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가베 전 대통령이 10억 달러를 들여 추진하기로 했던 프로젝트가 현재도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무가베 전 대통령과 그 가족을 대상으로 한 경호와 의료, 해외여행도 보장했다.

무가베 전 대통령이 물러난 뒤에도 국정 운영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군부와 무가베 사이 중재자 역할을 했던 피델리스 무코노리 신부는 “아프리카에서 고령자는 조언을 위해 존재한다. 음낭가과 대통령이 전임 무가베에게 정치적 조언을 구할 것이고 무가베는 국가 원로로서 조언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나친 전관예우에 새 지도부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간판만 바뀌었을 뿐 권위주의 시스템은 그대로 남아 있다는 것이다. 37년간 무가베 전 대통령의 오른팔이었던 음낭가과 대통령이 군부를 등에 업고 개혁 조치 없이 반민주적인 통치를 이어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짐바브웨에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중국이 군부를 통해 안정적인 정권 계승을 강조했다는 분석도 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외교안보 매체 디플로맷은 “무가베가 존엄을 유지한 채 물러난 것은 무가베뿐만 아니라 베이징의 체면도 살렸다”며 “짐바브웨 국민의 감정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 수십 년간 긴밀했던 무가베와의 관계를 정당화했다”고 평가했다.

카이로=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
#무가베#짐바브웨#독재#불기소 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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