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규제 탓 ‘안 돼 공화국’ 탈피가 혁신성장 열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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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초연결 지능화, 스마트공장, 스마트팜, 핀테크, 재생에너지를 혁신성장 5대 선도사업으로 선정하고 가시적 성과를 내도록 관련 정책 추진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청와대에서 열린 혁신성장 전략회의를 통해 “구체적 사업이 잘 보이지 않고 속도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며 범부처 차원의 협업을 당부했다. 정부가 올 7월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밝힐 때만 해도 경제정책은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분배에 방점이 찍혀 있었지만 9월 문 대통령이 혁신성장을 부각하면서 성장과 분배가 균형을 이루기 시작했다.

과도한 규제로 신산업 활성화의 길이 막힌 상황에서 혁신성장은 과학기술, 산업, 사회제도, 교육 개혁을 전방위적으로 추진해 미래의 먹거리를 찾으려는 국가전략이다. 정부는 9월 말부터 혁신 생태계 조성, 규제 재설계, 혁신창업대책을 발표한 데 이어 어제도 부처별로 신사업 추진방안들을 쏟아냈다. 혁신을 표방한 총 15가지 대책이 내년까지 발표될 예정이다.

정부는 기업이 생산성을 올릴 수 있도록 규제개혁을 획기적으로 추진하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한다. 문 대통령이 현장에 기반을 둔 신속한 규제혁신을 강조한 것은 미국의 신혁신전략, 독일의 인더스트리4.0, 일본의 초스마트화전략과 비교할 때 글로벌 혁신경쟁에서 뒤지고 있다는 위기감 때문일 것이다. 문 대통령은 “20년 가까이 규제완화를 해왔는데 아직도 뒤처진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답답해했다. 그러나 현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이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같은 분배정책에 속도를 내느라 시간을 흘려보낸 책임이 있다. 6개월이 지나도록 규제개혁을 시작하지도 못하는 추진력으로는 경제규모는 세계 11위인데 정부규제 유연성 순위는 95위라는 부끄러운 성적표를 개선하기 어렵다.

정부가 쏟아낸 많은 대책이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혁신벤처단체협의회는 어제 “과거와 같은 임시방편적 제도 개선으로는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할 수 없다”면서 160개 추진과제와 5대 선결 인프라로 구성된 250쪽 분량의 ‘혁신벤처 정책 로드맵’을 발표했다. 증시 상장 절차와 규제를 신생 기업에 한해 대폭 간소화하는 ‘한국판 잡스법’을 만들고 사업 실패자에 대한 재도전 기회를 법적으로 보장하는 등 업계에 절실한 과제가 망라됐다. 특히 대기업과의 화학적 결합이 있어야만 혁신 생태계 조성이 가능하다는 벤처업계의 인식은 정부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가리지 말고 기업정책을 추진하도록 주문한 것으로 보인다.

어제 정부의 혁신성장 회의에서는 의료 교육 관광 등 일자리 창출 여력이 큰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을 위한 규제완화 문제는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한국은 규제가 많아 ‘안 돼 공화국’이라고 한다”고 말한 것은 개혁 의지를 강조하려는 것이겠지만 복합쇼핑몰 규제 하나 건드리지 못하는 것이 규제의 현실이다. 정부가 열린 자세로 기업을 대하고 규제 완화에 힘을 써달라는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 수용해야 혁신성장에도 속도가 날 것이다.
#안 돼 공화국 탈피#혁신성장#김동연 경제부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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