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 로힝야 탄압 비난에 美서 등돌려 中으로 발길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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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에 ‘脫서방 親중국’ 시위… 30일부터 나흘간 중국 방문
中, 美견제 위해 적극 손 내밀어… 시진핑 “양국 군사관계 사상 최고”

미얀마의 실권자 아웅산 수지 국가자문역이 소수 민족인 ‘로힝야족 인종청소’ 논란으로 미국 등 서방의 압박을 받자 중국과의 밀착으로 이를 돌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인권 및 민주화 운동으로 노벨 평화상(1991년)을 받은 수지 자문역이 국제사회의 비판에 역류(逆流)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7일 수지 자문역이 30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중국을 방문한다며 “로힝야족 난민 위기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이 쏟아지는 가운데 중국이 정치적 경제적 피난처를 제안한 데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등 국제사회가 ‘로힝야족 사태’로 압박하자 ‘탈서방, 친중국’ 카드로 시위를 벌이는 형국이다. 측근인 윈 흐테인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최고위원은 최근 서방 대사들을 불러 모은 자리에서 “서방이 로힝야족 문제로 미얀마를 압박하면 중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수지 자문역의 방중은 미얀마 군부 최고위 인사가 군부 대표단을 이끌고 베이징(北京)을 방문해 24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만난 뒤 이뤄지는 것이다. 시 주석은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군 총사령관과 만나 “양국 군사관계는 역사상 최고 수준”이라며 군부에 대한 지원을 나타냈다. 앞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19일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서 수지 자문역을 만나 로힝야족 사태 해결을 위한 3단계 방안을 제시하는 등 미얀마 사태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과 지원 의지를 나타냈다. 6일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미얀마 관련 결의안도 중국이 거부권을 행사했다.

중국은 수지 자문역이 민주화 이후 미국 쪽으로 기울던 추세를 바꾸는 절호의 기회로 활용하는 모양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새로운 ‘인도 태평양(Indo-Pacific) 전략’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서 맞서는 데 미얀마를 우군으로 끌어들이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이에 앞서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22일 “로힝야족 사태를 인종청소로 간주한다”며 “제재를 포함해 미국 법에 근거해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미 의회에는 미얀마 군부 지도자 비자 발급 거부, 광물 수입 제한, 국제금융기구 자금 지원 반대 등 제재안이 발의됐다.

미얀마에서 사는 이슬람 소수 민족인 로힝야족 반군인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은 8월 말 핍박받는 동족을 지키겠다면서 군 초소를 습격하는 등 항전을 선포했다. 이에 맞서 정부군이 대대적인 소탕 작전을 벌였으며 현재까지 62만 명 이상의 로힝야족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탈출했다. 유엔과 유럽연합(EU) 등은 정부군의 대응을 ‘인종청소’라며 비난하고 나섰으며 일부에서는 수지 자문역에게 준 노벨 평화상을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 시의회는 27일 로힝야족 탄압에 대한 책임을 물어 수지 자문역에게 1997년 부여했던 옥스퍼드시 명예시민 자격을 영원히 박탈하는 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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