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판 ‘철옹성 리그’ 백지선호가 간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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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6’ 중 5개국 참가대회 초청돼
12월 14일 세계1위 캐나다 이어 4위 핀란드-3위 스웨덴과 격돌

백지선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 대표팀이 내달 유로하키투어 채널원컵에서 캐나다 등 세계 최강국들을 상대로 ‘평창 모의고사’를 치른다. 동양인 최초로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우승컵인 스탠리컵을 들어올린 백 감독(뒤), 러시아아이스하키리그(KHL)에서 뛰었던 골리 맷 달튼(아래), 영국 리그에 몸담은 적이 있는 박우상(오른쪽·이상 안양 한라)이 한국 아이스하키의 선전을 다짐하며 재미있는 포즈를 취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백지선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 대표팀이 내달 유로하키투어 채널원컵에서 캐나다 등 세계 최강국들을 상대로 ‘평창 모의고사’를 치른다. 동양인 최초로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우승컵인 스탠리컵을 들어올린 백 감독(뒤), 러시아아이스하키리그(KHL)에서 뛰었던 골리 맷 달튼(아래), 영국 리그에 몸담은 적이 있는 박우상(오른쪽·이상 안양 한라)이 한국 아이스하키의 선전을 다짐하며 재미있는 포즈를 취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한국과 캐나다가 경기를 한다면 162-0으로 캐나다가 승리할 것이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 결정 직후인 2011년 한 아이스하키 전문 블로거가 인터넷 포털 야후에 올린 글이다. 6년이 지난 올해 마침내 그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내달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2017 유로하키투어 채널원컵이 그 무대다.

한국 아이스하키로서는 역사적인 순간이다. 아이스하키 변방이던 한국은 그동안 아이스하키 최강국 캐나다와 함께 빙판에 설 기회가 전혀 없었다. 아이스하키만의 독특한 ‘승강제’ 때문이다.

축구만 해도 한국은 세계 최강이던 브라질과 A매치에서 5차례 맞붙어 1승 4패를 기록했다. 야구 역시 종주국 미국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에서 상대해 승리한 적이 있다.

하지만 아이스하키는 실력에 따른 차별이 ‘당연한’ 종목이다.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은 모두 7개의 리그를 운영한다. 톱 디비전(1부 리그)에 16개 팀이 있고 2∼6부 리그에는 6개 팀씩 소속돼 있다. 7부 리그는 4개 팀이다. 매년 세계선수권대회를 통해 상위 1∼2개 팀이 바로 위 리그로 올라가고, 하위 1∼2개 팀은 아래 리그로 떨어지는 구조다. 진정한 세계선수권은 톱 디비전(1부 리그)에 소속된 16개국이 자웅을 다투는 대회다.

한국은 그동안 2, 3부 리그를 전전하다보니 톱 디비전 핵심 팀들과는 상대할 일이 없었다. 톱 디비전 16개국 중 캐나다(세계 랭킹 1위)와 러시아(2위), 스웨덴(3위), 핀란드(4위), 미국(5위), 체코(6위) 등 6개 팀은 ‘톱 오프 톱’으로 평가받는다. 아이스하키계에서는 ‘넘사벽(절대 넘을 수 없는) 6개국’이라고 불린다.

백지선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후 한국 아이스하키는 기적 같은 성장을 거듭해 왔다. 세계랭킹을 21위까지 끌어올리며 평창 올림픽 출전권을 받았고, 올해 2부 리그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위를 기록하며 대망의 톱 디비전 진출에도 성공했다.

채널원컵에는 상위 6개국 가운데 미국을 제외한 5개 나라가 출전한다. 한국은 올림픽 개최국 자격으로 ‘그들만의 리그’에 초청받았다. 내달 14일 캐나다전을 시작으로 15일엔 핀란드, 16일엔 스웨덴과 맞붙는다. 모두 사상 첫 맞대결이다. 캐나다는 내년 평창 올림픽 예선전(2월 18일)에서도 상대한다.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선수들은 평창에 오지 않지만 캐나다는 막대한 선수 자원을 바탕으로 여전히 우승 후보 ‘0순위’로 꼽힌다. 데릭 로이, 메이슨 레이먼드, 맥스 탤벗 등 NHL에서 만만찮은 이력을 쌓은 베테랑이 즐비하다.

‘백지선호’는 27일 충북 진천선수촌에 소집돼 강도 높은 훈련에 돌입했다. 이달 초 오스트리아컵에서 덴마크(14위), 오스트리아(16위), 노르웨이(9위)에 3전 전패한 백 감독은 “승패가 중요한 게 아니라 무엇을 배우느냐가 중요하다. 스피드와 템포를 강화하면 캐나다든 스웨덴이든 못 이길 팀은 없다”고 말했다. 김원중(안양 한라)은 “설렘과 걱정이 교차한다. 캐나다와의 대결은 꿈에 그리던 순간이다”라며 기대에 찬 모습을 보였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평창 겨울올림픽#아이스하키#백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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