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전 유학중 재미교포 무참히 살해… ‘미국판 이태원살인’ 용의자 국내 검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8일 03시 00분


코멘트
경찰이 6년 전 미국에서 한인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박모 씨를 1일 서울역에서 체포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제공
경찰이 6년 전 미국에서 한인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박모 씨를 1일 서울역에서 체포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제공
2011년 12월 8일 오전 7시 미국 조지아주 덜루스의 한인타운에 있는 한 대형마트 주차장에서 고모 씨(당시 32세)가 숨진 채 발견됐다. 흉기에 찔린 상처가 가슴에 10여 곳, 목과 허리에 1곳씩 있었다. 고 씨는 한인타운에서 영업 중인 한 유흥업소 직원이었다. 현지 경찰 조사 결과 고 씨는 숨지기 1시간 전 한 술집에서 박모 씨(31·당시 25세) 등 한인 4명과 심하게 다퉜다.

한인 음식점 종업원인 박 씨 등은 고 씨와 처음 본 사이였다. 우연히 대화를 나누게 됐다가 나이와 서열 등을 놓고 싸움이 벌어졌다. 고 씨는 이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한 뒤 흉기에 찔린 것으로 드러났다. 박 씨 일행은 현장에서 달아났다. 일주일도 안 돼 덜루스경찰은 3명을 1급 살인 및 가중폭행죄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하지만 박 씨는 사건 다음 날 미국을 떠나 한국으로 왔다.

검거된 3명은 이듬해 1월 미국 법정에 섰다. 피고인들은 하나같이 “나는 범인이 아니다” “찌르는 것도 보지 못했다”며 결백을 주장했다. 2014년 보석으로 풀려난 이들은 한국으로 간 박 씨를 진범으로 지목했다. 한인사회에서는 이 사건을 ‘미국판 이태원 살인사건’으로 불렀다.

이태원 살인사건은 1997년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한 햄버거 가게 화장실에서 미국 국적의 존 패터슨(38)이 대학생 조중필 씨(당시 22세)를 흉기로 살해한 사건이다. 그러나 수사 당국은 현장에 있던 패터슨의 친구 에드워드 리를 기소했다. 리는 무죄로 풀려났고 검찰이 재수사했지만 패터슨은 이미 미국으로 출국했다. 패터슨은 범죄인 인도 절차에 따라 2015년 미국 현지에서 체포돼 국내로 송환됐다. 그리고 올해 초 20년형이 확정됐다.

덜루스 한인 살인사건도 이와 비슷한 양상으로 진행됐다. 미국 정부는 8월 29일 유력 용의자 박 씨의 인도를 한국에 요청했다. 서울고법은 이를 받아들여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인터폴 추적수사팀과 박 씨 추적에 나섰다. 그리고 이달 1일 서울역에서 박 씨를 붙잡았다.

27일 경찰에 따르면 박 씨는 한국에 온 뒤 서울 서대문구에 방을 얻어 홀로 지냈다. 건강보험 등에 기록이 남지 않는 비정규직이나 일용직으로 일했다. 휴대전화도 서울에 살고 있는 누나 이름으로 개통했다. 하지만 검거 후에도 박 씨는 범행을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박 씨의 신병 인도 절차를 곧 진행할 예정이다.

김동혁 기자 hack@donga.com
#재미교포#살인사건#검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