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韓中관계 이제는 ‘사드 수렁’ 벗어날 때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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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어제 국회에서 “우리 정부로서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시스템 운영을 제한한다는 생각은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중국 방향으로의 사드 차단벽 설치 요구도 없었다고 확인했다. 사드 추가 배치와 미사일방어체계(MD) 편입, 한미일 군사동맹을 추진하지 않는다는 3불(不) 원칙도 “우리가 중국에 동의해준 사안이 아니고 기존 입장을 반복하고 확인해줬을 따름”이라고 강조했다. 이른바 ‘3불(不) 1한(限)’ 논란에 대한 정부의 공식 입장 표명이다.

중국은 지난달 31일 사드를 현 단계에서 ‘봉인’한다는 합의 이후에도 줄기차게 ‘추가 조치’를 요구해왔다. 시진핑 주석은 11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했고, 왕이 외교부장은 22일 “(사드 문제의) 단계적 처리”를 언급했다. 중국 외교부는 양국 장관회담 발표문에서 우리 측에 ‘합의 실질적 이행’까지 요구했다. 중국 군부 강경파를 달래기 위한 외교라인의 강공 모드라는 분석도 있지만 합의문에도 없는 내용을 요구하며 상대국을 압박하는 것은 외교 관례에도 맞지 않을뿐더러 원상 회복기에 들어선 양국 관계를 과거로 되돌리는 행태다.

우리 정부도 부처 간에 엇박자가 나오거나 미숙한 대응으로 비판을 자초한 측면이 없지 않다. ‘3불 원칙’이 합의 아닌 입장 표명이라지만 섣부른 입장 표명으로 주권 침해 논란까지 불렀다.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든 잘 가져가려는 정부의 의지는 이해한다. 그러나 안보보다 앞서는 국익은 없다는 점에서 동맹국 미국과의 향후 관계를 제대로 고려했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외교 협상에서 일방적 완승이나 완패는 있을 수 없다. 갈등을 봉합하는 외교적 합의는 흔히 자국에 유리하게 해석할 여지를 남겨두고, 이를 암묵적으로 양해하는 게 상례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중국 정부가 관영매체들을 통해 우리 정부를 몰아붙이는 식의 압박을 동원하는 것은 대국(大國)답지 못하다. 이미 배치된 사드를 철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쯤을 모를 중국은 아닐 것이다. 사드 합의는 한중 양국 정부와 국민 모두에게 만족스럽지는 못할 수 있다. 하지만 갈등을 일단 봉합하고 더 나은 양국의 미래를 위해 이뤄진 합의인 만큼 앞을 내다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언제까지 한중관계를 사드의 수렁 속에 놔둘 건가.
#강경화#사드#한중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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