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균 칼럼]주한미군 없는 나라에 살 준비 됐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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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미국에 미사일 발사 못해… 美, 北선제타격도 가능성 희박
김정은 무릎 꿇릴 超强 제재… 中과 외교·경제 전면전 부담
미-북 협상 열려 북핵 폐기 대신 ‘미군 철수’ 카드 고민할 때
美, ‘한국은 어떤 동맹?’ 自問할 것

박제균 논설실장
박제균 논설실장
북핵과 미사일 위기는 어디로 갈까? 그렇게 복잡할 것은 없다. 경우의 수를 따져보면 된다.

첫째, 북한이 미국 영토나 근해에 핵탄두를 장착한 미사일을 날리는 경우. 김정은이 미치지 않고서야 가능성 제로다. 미국이 미사일을 요격해서 피해를 보지 않는다고 해도 김정은은 정권은 물론이고 목숨까지 내놓아야 한다. 미국이 자국을 직접 공격한 정권이나 지도자를 살려둘 리 없다.

김정은은 당연히 미치광이가 아니다. 독재자이지만 비범한 데가 있다고 나는 본다.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그토록 미국의 관심을 끌려고 애썼지만, 미국은 콧방귀조차 뀌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문제 해결을 제1의 국가과제로 삼게 된 건 북한이 숱한 시행착오를 거치며 놀라운 속도로 미국을 위협할 기술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제재 국면에서도 경제사정은 오히려 선대(先代)보다 나아졌다. 미국을 공격하는 바보 같은 짓을 할 김정은이 아니다.

둘째, 미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시설을 선제타격하는 경우다. 여기서 질문 하나. 북한이 공격을 받으면 핵미사일로 한국이나 주일(駐日) 미군기지, 미국 본토에 보복 공격을 할까? 당연히 그럴 것이라는 게 대다수 인식이지만 내 생각은 좀 다르다. 북한이 보복 공격을 하는 순간 전면전이고, 역시 김정은 정권과 그의 생명은 끝난다. 김정은은 보복 공격 단추를 누르기 전에 절멸(絶滅)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 북한을 선제타격할 가능성 역시 희박하다. 주한 미국인 소개(疏開) 등의 징후 없이 북한을 때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미국의 선제타격 징후는 한국의 엄청난 반대에 부닥칠 것이다. 더구나 문재인 정부에선. 정권 초에는 북한에 유화책을 썼으나 나중에 강경해진 김영삼 정부도 정작 빌 클린턴 정부가 북폭(北爆)을 검토하자 한사코 막았다. 미국으로선 공격을 받은 것도 아닌데, 선제타격을 하는 것은 너무나 외교적 부담이 큰 선택지다.

셋째, 대북 압박으로 김정은이 핵을 포기토록 하는 방법이다. 미국이 현재 쓰는 방식이다. 분명한 것은 지금 정도의 압박으론 전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이다. 미국은 아직도 이란 핵 문제를 해결할 때 썼던 전면적인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 즉 합법이든 불법이든 북한과 거래하는 모든 국가 기관 기업에 무차별 제재를 가하는 카드를 꺼내지 않았다. 이란과 달리 대북 거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과의 외교·경제적 전면전을 감수해야 하는 부담 때문이다.

사실 미국이 작심만 한다면 중국이 대북 송유관을 잠그도록 밀어붙일 복안은 있다. 중국의 제1국익이 걸린 대만 문제를 건드린다면 중국도 움직일 것이다. 중국 국익에 북한의 현상유지가 중요하다고 해도 대만 문제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이 역시 미국이 중국과의 일전을 각오해야 꺼낼 수 있는 카드다.

무력 해상봉쇄 같은 군사적 압박 카드도 남아 있다. 흔히들 군사적 압박을 전쟁의 일환으로 보는데, 그렇지 않다. 군사적 압박도 외교의 방편이다. 압박을 최고조로 높여야 유리한 조건에서 협상할 수 있다. 하지만 군사적 압박이든, 외교·경제적 압박이든 압박만으로 김정은이 다 만들어 놓은 수소폭탄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포기할 것이냐는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넷째, 이도저도 안 된다면 미-북 직접 협상이 남는다. 이 경우 두 가지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하나는 미국이 인도나 파키스탄처럼 북한이 핵을 갖는 것은 사실상 용인하고 ICBM 폐기를 관철하는 방식이다. 북이 ICBM을 폐기하면 북핵이 미국을 직접 위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경우 한국 일본은 핵보유국 북한을 이고 살아야 한다.

다른 하나는 미국이 협상을 통해 북핵과 ICBM 폐기를 모두 관철하려 할 경우다. 그러려면 미국도 북한에 그에 상응하는 카드를 내놓을 수밖에 없다. 그 카드는 주한미군 철수를 빼곤 생각하기 어렵다. 미국이 과연 주한미군을 철수하겠느냐고?

당연히 그럴 수 있다. 주한미군은 냉전 시절 서방세계 방어의 최전선이었다는 점에서 전략적 의미가 컸다. 그러나 지금은 주일미군만으로도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을 수행하는 데 지장이 없다. 주한미군 철수 카드를 쓸까 말까 고민하는 선택의 순간, 미국 최고 수뇌부는 이렇게 자문(自問)할 것이다. ‘과연 대한민국은 미합중국에 어떤 동맹인가?’ 앞으로 우리 국민과 정부가 그 질문에 답해야 한다.
 
박제균 논설실장 phark@donga.com
#대북 압박#김정은 핵 포기#주한미군 없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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