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무의 오 나의 키친]<23>치명적인 맛, 복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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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독을 품을수록 더 맛있는 것으로 알려진 복어(왼쪽)와 복어회.
강한 독을 품을수록 더 맛있는 것으로 알려진 복어(왼쪽)와 복어회.
요나구니 스스무 일본 출신·‘오 키친’ 셰프
요나구니 스스무 일본 출신·‘오 키친’ 셰프
추운 겨울이 되면 내가 가장 즐기는 술은 히레자케다. 복어의 꼬리 부분과 지느러미 부분을 잘라 말려둔 것을 구워 뜨거운 정종에 넣으면 황금빛이 돌며 은은한 향이 퍼진다. 좀 뜨거울 때 마셔야 제맛을 느낄 수 있다.

독을 많이 품을수록 더 맛이 있다고 알려진 복어는 가장 치명적인 짜릿함까지 전해주는 생선이다. 먹고 20분에서 3시간 사이에 입술이나 혀끝이 떨리면서 마비 증상을 느낀다면 금방 전신에 퍼져 마비가 온다. 숨쉬기가 어려워지고 심장이 멈추면서 혼수상태가 되면 24시간 이내로 사망한다. 아직까지도 해독약이 없어 먹은 것을 다 토하게 한 다음 인공호흡으로 살려내는 길이 최선이다.

복어 독은 향기나 맛, 색깔이 전혀 없다. 특히 알과 간, 내장에 독성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먹더라도 전문가의 손에 의해 손질된 적당량을 먹어야 한다. 알 요리의 경우 1년 반 정도를 염장한 후 술지게미를 이용해 다시 1년 반 정도를 숙성시켜 먹는다. 염도에 의해 물기와 함께 독이 빠지고 술지게미로 풍미를 더한 장기 숙성 과정으로 태어난 요리라고 할 수 있다.

일본 오사카 사람들은 복어를 총, 후쿠오카 사람들은 관에 비유한다. 복어의 종류에 따라 많게는 청산가리의 1000배에 이르는 독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인간국보로 불리던 반도 미쓰고로 씨가 1975년 교토에서 가부키 공연 도중 복어 독을 먹고 사망한 일이 있었다. 대단한 미식가였던 그는 당시 4조각의 복어 간을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간에 독의 함유량이 높아 1조각만 상에 내놓는다는 주방장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4조각을 먹고 숨진 것이다.

독이 있다는 걸 뻔히 알고도 사람들은 왜 복어를 먹는 것일까? 만화 ‘맛의 달인’ 주인공의 모델인 기타오지 로산진은 “다른 어떤 생선과도 비교할 수 없는 궁극의 맛”이라고 표현했다. 또 복어간은 세계 4대 진미 가운데 하나인 거위간 요리보다 더 맛있다고 얘기할 정도다.

한국과 중국에서 잡은 대부분의 복어는 일본으로 수출된다. 가장 비싼 종은 자주복으로 해가 바뀔 때쯤에는 자연산 1kg에 20만 원 정도를 호가한다. 최근 독이 없는 복어 양식에 성공하면서 가격도 내리고 쉽게 먹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요즘에도 유명한 복 전문점에서는 자연산 자주복만을 취급한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조선을 침략할 무렵 수많은 병사가 복어 독에 사망했다. 도쿠가와 막부는 복어를 먹고 사망하는 일이 발생하면 그 가문 전체를 처단하는 법을 만들기도 했다. 그들 목숨이 통치자를 위해 있는 것인데 하찮은 복어에 바쳤다는 이유였다.

그렇게 일본에서 복어는 식용이 오랫동안 금지되었다. 그러다 1882년 이토 히로부미가 시모노세키를 방문하게 되었다. 머물렀던 여관의 주인에게 식사로 생선을 올리라고 했지만 강한 태풍으로 인해 생선을 준비할 수 없었다. “불쌍한 지역 주민들은 먹을 것이 없구나” 하고 탄식하자 그들끼리만 몰래 감춰두고 먹었던 복 요리를 만들어 내놓았다. 그 맛에 감탄한 이토는 야마구치현에서만 복어 요리를 팔 수 있도록 허락하고 떠났다. 1888년 정식으로 ‘슌판로’라는 간판을 건 일본 최초의 복 요릿집이 문을 열었고 오늘날도 성업 중이다.
 
요나구니 스스무 일본 출신·‘오 키친’ 셰프
#복어#복어회#강한 독을 품을수록 더 맛있는 복어#일본 슌판로 복 요릿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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