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덩이 ‘러시아 도핑’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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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 봅슬레이 2관왕 등… 4명 추가 적발돼 14명으로

2014년 2월 열린 러시아 소치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빙속 여제’ 이상화에게 가장 위협적인 선수는 개최국 러시아의 올가 팟쿨리나였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이 종목은 단판 레이스로 메달을 결정짓지만 지난 대회까지만 해도 1, 2차 레이스 합산 기록으로 순위를 매겼다. 1차 레이스까지 이상화는 팟쿨리나에게 단 0.15초 앞섰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2차 레이스가 펼쳐졌고 이상화는 0.36초로 차이를 벌리며 대회 2연패에 성공했다. 은메달을 딴 팟쿨리나는 러시아 관중의 환호에 온몸으로 기쁨을 표현했다.

하지만 팟쿨리나의 예상 밖 선전은 약물의 힘을 빌린 것으로 드러났다. 26일 AP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의 도핑 스캔들을 조사하고 있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팟쿨리나 등 러시아 선수 4명의 도핑 사실을 확인하고, 메달 박탈 및 향후 올림픽 영구 출전금지 조치를 내렸다. 이날 4명이 추가로 ‘도핑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면서 소치 올림픽 도핑으로 적발된 선수만 벌써 14명에 이른다. 금메달 4개를 포함해 박탈이 예정된 메달만 모두 9개다.

소치 올림픽 당시 금메달 13개를 포함해 총 33개의 메달로 전체 1위에 올랐던 러시아는 금메달 4개와 은메달 3개, 동메달 2개를 잃을 위기다. 메달 박탈이 확정되면 노르웨이, 캐나다, 미국 등에 이어 메달 순위에서 4위로 추락한다.

하지만 러시아는 여전히 “이 모든 게 미국 등의 정치적인 음모”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러시아 봅슬레이연맹 회장을 맡고 있는 줍코프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딴 메달은 깨끗하다. IOC가 아무런 증거도 없이 결정을 내리고 있다.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항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25, 26일 캐나다 휘슬러에서 열린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 3차 월드컵에서도 러시아 선수들은 IOC의 제재에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태도를 보였다. 25일 러시아 선수들은 ‘진실은 우리의 편이다’, ‘알렉산드르 줍코프, 당신이 최고다’라는 문구를 적고 경기에 나섰다. 26일 스켈레톤 경기에는 지난주 도핑 적발로 금메달이 박탈된 알렉산드르 트레티야코프와 동메달을 빼앗긴 옐레나 니키티나가 나타나 큰 소리로 동료들을 응원했다.
 
이헌재 uni@donga.com·휘슬러=임보미 기자
#러시아 도핑#러시아 올가 팟쿨리나#2018 평창 겨울올림픽#알렉산드르 줍코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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