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봅슬레이 약속의 땅, 역시 휘슬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7일 03시 00분


코멘트

부진했던 2인승 원윤종-서영우… 3차 월드컵 6위, 반전 기회 잡아
故 로이드 코치에 금메달 바친 곳… 부인, 이번에도 남편 제자들 응원

한국 봅슬레이대표팀 선수단이 2016년 1월 세상을 떠난 맬컴 고머 로이드 주행코치의 아내 지니 고드프리 씨(앞줄 오른쪽)를 25일 만났다. 원윤종(뒷줄 왼쪽에서 두 번째)과 서영우(앞줄 왼쪽)는 이날 2인승에서 시즌 최고 성적인 6위를 차지했다. 뒷줄 왼쪽은 파비오 시스 장비코치다. 휘슬러=임보미 기자 bom@donga.com
한국 봅슬레이대표팀 선수단이 2016년 1월 세상을 떠난 맬컴 고머 로이드 주행코치의 아내 지니 고드프리 씨(앞줄 오른쪽)를 25일 만났다. 원윤종(뒷줄 왼쪽에서 두 번째)과 서영우(앞줄 왼쪽)는 이날 2인승에서 시즌 최고 성적인 6위를 차지했다. 뒷줄 왼쪽은 파비오 시스 장비코치다. 휘슬러=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캐나다 휘슬러의 트랙은 전 세계 봅슬레이, 스켈레톤 선수들 사이에서 가장 ‘악명’ 높다. 봅슬레이 트랙 13번 커브의 별명인 ‘Fifty, fifty(50 대 50)’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는 좁고 경사가 심한 13번 코너에서 썰매가 계속 전복되자 이 커브를 돌 때마다 ‘살아남을 확률이 50 대 50’이라고 말하면서 붙은 별명이다. 워낙 전복이 잦아 해당 코너가 조금 넓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이곳에서 가장 많은 썰매가 전복된다.

하지만 한국 봅슬레이 2인승 원윤종(32·강원도청·드라이버)-서영우 (26·경기BS연맹·브레이크맨)조에 휘슬러는 가장 애착이 가는 트랙이다. 이번 시즌 초반 두 대회에서 10위권으로 주춤했던 이들은 25일 이곳에서 열린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 봅슬레이 월드컵 3차 대회에서 6위(1, 2차 합계 1분44초51)에 올라 시즌 최고 성적으로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1차 시기에서는 함께 호흡을 맞춘 지 7년 만에 처음으로 스타트 기록 1위를 찍으며 비시즌 로딩(탑승) 훈련의 효과도 봤다.

하지만 성적 때문이 아니라도 이들에게 휘슬러는 특별한 곳이다. 갑작스레 떠나보낸 맬컴 고머 로이드 코치(사진) 때문이다. 소치 올림픽 때부터 한국 봅슬레이 팀의 주행코치로 함께했던 로이드 코치는 2016년 1월 갑작스레 세상을 뜨면서 이들에게 “금메달을 따 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썰매 ‘변방’으로 취급받던 시절, 가장 먼저 한국의 손을 잡아줬던 스승의 죽음 이틀 후 열린 휘슬러 월드컵에서 제자들은 ‘편히 쉬세요,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문구를 썰매에 붙이고 경기에 나서 스승에게 금메달을 바쳤다. 당시 로이드 코치의 아내 지니 고드프리 씨는 휘슬러 트랙까지 직접 찾아와 남편의 유훈을 담은 메달을 제작해 이들의 목에 걸어줬었다.

로이드 코치가 세상을 떠난 지 2년이 다 돼 가지만 캐나다에 거주하는 고드프리 씨는 계속해 남편의 제자들이 휘슬러에 올 때마다 직접 트랙을 찾아 응원한다. 선수들도 ‘우리는 고머 코치와 함께 승리한다(We slide win with Gomer)’라는 멘트를 썰매에 붙이고 로이드 코치의 은혜를 잊지 않는다.

25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시상대에 오른 선수들을 뿌듯하게 바라본 고드프리 씨는 시상식이 끝난 뒤 선수들을 찾아와 두 팔을 벌려 이들을 안았다. 원윤종은 시상식이 끝나자마자 고드프리 씨의 목에 메달을 걸어줬다. 올해 초 평창 테스트이벤트 때도 평창트랙을 찾아 한국 선수들을 응원한 고드프리 씨는 올림픽 때도 평창에서 한국 선수들의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 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휘슬러=임보미 기자 bom@donga.com
#태극봅슬레이#한국 봅슬레이대표팀#원윤종#서영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