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후 허탈감은 자연스러운 현상… 우울증 주의하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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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후유증 극복하는 법

대학수학능력시험 수험생들이 23일 고사장에서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수능 후 우울증을 막으려면 허탈감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앞으로 진로 계획을 짜보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동아일보DB
대학수학능력시험 수험생들이 23일 고사장에서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수능 후 우울증을 막으려면 허탈감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앞으로 진로 계획을 짜보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동아일보DB
“잘했고, 잘할 거야.”

최근 이런 문구가 적힌 대학수학능력시험 교재의 표지 시안이 수험생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됐다. 이 시안은 수험생 대상 설문에서 스트레칭법 등이 그려진 다른 표지보다 4배 이상 많은 지지를 받았다. 23일 ‘불수능’에 이어 대입 논술과 면접고사까지 마친 학생들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위로와 응원이라는 점을 보여준 결과다. 수능 후 허탈감이 자칫 우울증으로 악화되지 않도록 주의할 점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과 함께 알아봤다.

목표를 향해 전력 질주한 뒤에는 성패와 무관하게 큰 허탈감에 시달릴 수 있다. 정신건강의학계에서는 이를 ‘성공 우울(success depression)’이라고 표현한다. 성인 중 일부는 회사에서 높은 직위에 오르거나 내 집 마련에 성공했을 때 이런 증상을 보인다. 사회 경험이 적은 고교생은 10여 년간 준비해 온 수능을 마친 뒤 더 심한 고통을 호소할 수 있다.

이런 증상이 우울증으로 악화돼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지거나 대학 입학 후까지 지속되는 경우가 있다. 대학 신입생 중에는 “인생의 목표를 잃은 것 같다”며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 청년이 적지 않다. 중고교 때는 ‘대학에 들어가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착각 속에서 학업에 매진하지만, 정작 대학 생활이 기대에 못 미치면 ‘약속한 보상을 충분히 받지 못했다’는 일종의 배신감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중고교 때와는 달리 스스로 목표를 정해야 하고, 또다시 남들과 경쟁해야 한다는 데서 막막함에 사로잡히는 일이 흔하다.

반건호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등산할 때도 체력을 80%만 써야 내려올 때 사고가 나지 않는다고 하는데, 한국 수험생은 젖 먹던 힘까지 수능에 전부 쏟아붓도록 교육을 받는다”며 “평소 가족 및 친구들과의 관계가 탄탄하지 않아 지지 기반이 약한 아이들은 더 큰 허탈감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허탈함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 사람이라면 당연히 겪을 수 있는 변화이고,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나아진다는 점을 자녀가 알 수 있도록 정서적으로 뒷받침해줘야 한다. 초경을 시작한 딸에게 “숨길 일이 아닌 축하할 일”이라고 말해주는 것처럼, 수능 후 허탈함도 성장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급격한 신체 리듬의 변화를 운동과 취미생활로 조절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수능 전 “4시간 자면 붙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사당오락(四當五落)’을 주문처럼 되뇌며 잠을 줄이는 일이 흔해 자칫 시험을 마친 뒤 수면과 식사습관이 흐트러질 수 있다.

장형윤 아주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큰일을 치른 후 잠이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니 걱정할 게 없지만 지나치다고 생각되면 앞으로의 일정을 가늠하며 하루 계획을 조금씩 다시 세우는 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수능 후유증 극복#수능 우울증#수능후 허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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