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결정할 때마다 곳곳서 압력 들어와”… 수익률 4.8% 그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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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정부 경영개입 도구’ 우려]

“투자를 결정할 때마다 곳곳에서 다양한 압력이 들어온다. 운용역들이 소신껏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올해 초까지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에 몸담았던 팀장급 운용역은 국민연금의 수익률이 떨어지는 이유로 정부 등 외부의 지나친 간섭을 꼽았다. 600조 원이 넘는 국민 노후자금이 수익률보다는 외부 입김에 따라 운용이 좌지우지된다는 의미다.

해외 주요 연기금과 비교해 국민연금 수익률 성적표는 초라하다. 26일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지난해 수익률은 4.8%로 글로벌 주요 연기금보다 크게 낮다. 캐나다 공적연금(CPP)의 최근 1년 수익률은 11.8%이고, 미국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도 11.2%나 된다.

전문가들은 연금 수익률이 낮으면 2060년으로 예상되는 기금 고갈 시점이 더 빨라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2013년 국민연금 재정계산 보고서에 따르면 기금 투자수익률이 목표보다 1%포인트 떨어지면 기금 고갈 시점은 5∼8년 앞당겨질 것으로 예측됐다. 보고서는 2020년까지 매년 8.7%의 수익률을 내야 목표수익률(연평균 6.3%)을 달성할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수익률은 2010년(10.4%) 이후로 8%를 크게 밑돈다.

주요 글로벌 연기금들은 투자 전문가들을 불러 모아 이들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한다. 캐나다 공적연금은 2358억 달러(약 247조 원) 규모 기금을 1200명이 넘는 인력이 운용한다. 임기도 본인 스스로 물러나기 전까지 보장한다.

반면 국민연금의 자산은 603조 원(8월 말 기준)에 달하지만 운용인력은 240명에 머문다. 운용을 책임지는 기금운용본부장은 정부 입김에서 자유롭지 않고 임기도 2년에 불과하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시스템으로는 국민연금의 수익성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며 “전문성과 독립성을 높일 수 있는 개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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